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자신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법적 정통성만으로 대표직을 고수하겠다는 좁은 사고의 틀로 당이 처한 위기를 대처해서는 또 한번의 위기만을 재생할 뿐이다. "총선이 닥친 상황에서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유의 대표 옹호론은 당내에서 설 자리가 없다. 당이 어떻게 살아나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가 일시에 확산된 것은 그만큼 위기가 깊다는 것이다.최 대표가 대표직 사퇴 불응의 뜻이 전해진 즉시 여러 갈래로 다른 견해를 갖던 세력이 대표 용퇴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공론이 돼 버렸다. 복잡하게 따질 것도 없이 그 것이 아니고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도가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차떼기' 대선자금의 멍에를 고작 이회창 전 총재 책임으로 돌려 벗어나려 했던 협소한 인식을 아직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그런 리더십으로 이 시대의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 진통이 단순히 당권다툼 정도의 집안싸움, 소위 내분 수준으로 전락한다면 한나라당이 살아날 가망성은 영영 잃고 만다. 당권파니, 주류니, 공천 불만이니 하는 용어들로 이 상황을 설명하고 돌파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그런 발상으로 미봉이나 세력 간 타협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될 때 정작 유권자들의 마음은 달아나 버릴 것이다.
무엇을 위한 진통인가를 깨닫는다면 해결책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한 소장 의원은 "이제 한나라당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한나라당에 대한 관심과 질책이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담겨 있다.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이라고 했다. 최 대표가 새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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