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압박에 내몰린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이르면 22일께 당내분 수습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 경기도 모처에서 최 대표를 만난 임태희 비서실장은 "대표직 사퇴와 2선 후퇴라는 쟁점에 대해 각 계파와 100여명 소속 의원들의 입장을 전달했고, 최 대표는 듣기만 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느쪽으로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듣기 싫은 얘기를 듣기 좋게 전달했다"고만 말했다.그 동안 측근들을 통해 알려진 최 대표의 향후 거취 방향은 크게 봐서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2선 후퇴하느냐, 아니면 정면 돌파냐의 두 가지였다. 정계은퇴나 마찬가지인 무조건 사퇴는 없었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최 대표가 '내가 돈 1,000만원이라도 받았나. 내가 왜 물러나야 하느냐'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고 전했고, 홍준표 의원도 19일 최 대표와 통화한 뒤 "사퇴 불가" 라며 정면돌파 입장을 밝혔었다. 이를 두고 구당모임측이 19일 오후 최 대표 거취에 대해 '2선 후퇴'를 수용하는 식으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자 최 대표측이 정면돌파 카드로 입질을 시도해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돌았었다.
최 대표가 공천심사위 원격조정이 아직 가능하다는 점을 의식, '오버'했다는 얘기도 있다. 심사위는 여전히 최 대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당분간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혁명군 연합'의 약한 고리는 공천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공천심사위가 20일께 현역 의원들을 대거 숙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면 "봐라, 최 대표를 몰아붙이는 세력은 개혁 공천 반발 세력"이라고 몰아세운 뒤 재입성 한다는 계산을 한 듯하다.
하지만 최 대표의 '오버'로 당내 분위기는 다시 무조건 사퇴로 급속히 쏠렸고, "최 대표의 선택지엔 2선 후퇴와 사퇴 두 가지만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그나마 2선 후퇴 정도로 정리되면 총선이후 권토중래를 노린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듯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벌써 실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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