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법사위의 불법대선자금 진상조사 청문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사돈인 민경찬 펀드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의도된 은폐·조작이자 '수사세탁'"이라며 최기문 경찰청장에 화살을 퍼부었다. 그러나 민씨를 비롯한 핵심 증인들이 무더기로 불참한데다 경찰측이 시종일관 추궁을 피해나가 의혹에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먼저 '653억원대 펀드가 없다'는 경찰 수사결과는 집중타를 맞았다.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민정수석실과 금감원은 근거를 갖고 법적검토를 지시했는데 경찰이 자작극으로 몰았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함승희 조재환 의원도 "민씨 본인의 변명을 그대로 늘어놓은 엉터리 수사", "민씨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가더니 정신이상자로 세탁돼 버렸는데 정신감정은 했느냐"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마저 "경찰이 수사방향을 잘못 잡아 미봉 의혹을 받고 있다"며 "특검을 해서라도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다.
증인으로 나온 이상원 특수수사과장은 "사건의 실체가 없고 민경찬의 허풍에 불과하다"며 정면으로 치받았다. 최 청장도 "수사 요원들을 믿으며 수사결과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의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자 결국 "수사가 다소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초동수사의 허점도 지적됐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민씨와 청와대의 사전 조율 의혹을 보도한 주모 기자를 불러 조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쏘아붙였고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은 "대질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사건조작 의도 아니냐"고 따졌다. 이 과장은 "구태여 주 기자를 조사할 필요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그럼 그를 증인으로 신청한 국회는 바보냐"고 고함을 쳤다.
민씨와 5억여원의 돈거래를 한 J사 박모 사장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함승희 김경재 의원은 "펀드 모금의 장본인으로 공범 의혹이 짙은 박 사장이 사기 피해자로 둔갑됐다"며 "10여 차례 돈 거래 사실을 몰랐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최 청장은 "파악을 못했다"며 당황해 했고 이 과장도 "돈 출처와 성격은 조사하지 못했다"며 쩔쩔 맸다.
이날 청문회에는 민씨와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호철 민정비서관 등 증인들이 무더기 불참, 시종 맥빠진 분위기였다. 김경재 의원은 "사유서도 없이 불출석한 이 비서관은 고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고 조재환 의원은 "청문회에 대한 불신을 유도하기 위해 여권이 증인출석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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