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현 상태로는 올해 성장률 5%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18일 국회에서 한 이 같은 발언은 경제 부총리가 연초나 연말이 아닌 시점에 공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조윤제 대통령 경제보좌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조 보좌관은 청와대 인터넷 홈 페이지에 올린 '참여 정부 1년 경제 성과와 전망'에서 "경제 성과는 통계로 말해야 한다"며 "경제 성장률 3% 내외, 신용불량자 370만명은 결코 좋은 성적표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두 사람 모두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안팎으로 큰 시련을 맞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신용불량자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내수의존 중소기업들의 '부도대란'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청년실업 등 실업문제도 좀처럼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굳이 인용 않더라도, 대학 졸업식 풍경을 보면 여실하다. 정부는 2008년까지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수출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국의 위협 등으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여기에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이고, 환율도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 모든 것이 집중돼 경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되는 경제 부총리의 국회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얼마나 힘드는 것인가는 그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이 부총리는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을 인정한 이 부총리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는 절박한 상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