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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값 25%정도 더 오른다" 달러 하락만 반영… 수요증가 반영분 아직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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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값 25%정도 더 오른다" 달러 하락만 반영… 수요증가 반영분 아직 남아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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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으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25% 안팎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국제 원자재 수급파동은 세계 각 국의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미 외환시장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전문가들은 이같은 국제 원자재 파동이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를 더욱 크게 하며 세계 경제 기상도를 다시 그리게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만 반영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의 기준이 되고 있는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지수는 2001년 11월 186.7을 바닥으로 반전, 최근 260 수준까지 올라섬으로써 저점 대비 약 40% 상승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같은 기간 배럴당 18달러에서 28달러로 뛰어 올랐고, 구리도 2001년 10월 톤당 1,400달러 수준에서 최근 톤당 2,700달러를 돌파했다. 철광석, 알루미늄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달러 약세에 따른 표시 가격의 상승과 이러한 효과를 예상한 투기 자금이 저금리를 배경으로 국제 원자재 시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의 대규모 원자재 수요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경기회복 반영되면 추가 상승

문제는 앞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어느 쪽으로 화살표를 그리느냐 하는 점.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호전 및 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아직 원자재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LG투자증권 이덕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명목상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변동효과를 차감한 실질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률을 구해 보면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7%나 하락한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급등하고 있고 통상 실질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률이 OECD 경기선행지수를 후행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국제 원자재 가격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 폭이 OECD 경기선행지수와의 차이(20%)에 달러가치 추가 하락(5%)을 합쳐 향후 1년 동안 2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수출로 호주달러 초강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외환시장까지 요동치게 만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통화는 호주달러. 지난해 호주달러의 대미 달러 환율은 무려 33.12%나 절상됐다. 2003년 1월 2일 56센트로 시작된 호주 달러의 미 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1일 75센트까지 치솟았다. 호주달러에 대한 우리나라 원화 환율도 지난해초 667원에서 지난해말에는 872원으로 크게 올랐다. 올들어서도 호주달러의 강세는 이어져 호주달러의 미 달러 환율은 최근 80센트선을 두드리고 있고 원화 환율도 92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호주 달러화의 강세는 호주의 경제 성장과 부동산 경기 활황 외에 호주의 5대 수출품목인 석탄, 원유, 금, 철광석, 알루미늄 등 기초 원자재가 국제적인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주 경제의 호황은 호주 중앙은행이 경기과열을 우려, 2003년 하반기에 두 차례에 이어 현재 5.25%의 기준 금리를 내달 또 한번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정도다.

아시아통화 절상 압력도 높아질 듯

호주달러뿐 아니라 주로 농산물 수출하는 뉴질랜드 달러 가치도 2000년 10월 저점을 찍은 후 상승세로 반전, 75%나 폭등했다. 원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러시아, 캐나다,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도 강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 이로 인해 강세 통화에 대한 국제 투기 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외환시장 교란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HSBC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결국 아시아 통화절상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와 주석 등 원자재 자급 자족 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원자재 수입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위안화를 절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안화를 절상하면 원자재 수입가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지금까지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가치 하락을 방어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도 동반 절상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덕청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음에 따라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힘든 기업이나 업종의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아시아 통화의 도미노 평가 절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등 이미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만큼 만약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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