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희뿌연 먼지 속 빌딩 숲이었습니다." 전세계 150여개국의 자연과 생태, 도시문명과 인간의 모습을 공중에서 촬영해온 세계적 항공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58)씨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은 한마디로 "거친 느낌의 도시"였다. 세계 50여개 도시에서 5,000여 만명이 관람한 자신의 '하늘에서 본 지구' 전시회를 서울에서 열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서울을 항공촬영하고 있는 아르튀스-베르트랑씨.프랑스 출신인 그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먼지가 많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녹색 지대가 적고 사방 어디에나 높고 낮은 빌딩이 빼곡했다"며 "이런 느낌의 도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아닌 하늘에서 헬리콥터로 서울을 만나 다행"이라며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으로 오는 동안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그는 "그림 같이 도시계획이 된 다른 곳과는 달리 서울은 중심부와 주변 어디나 고층빌딩과 낮은 건물이 들어차 있다. 경제성장의 타오르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민간인의 항공 접근을 거의 허용하지 않았던 청와대 인근까지 관계 당국의 협조를 얻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한국이 특별히 엄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4년 전 찍은 인도에선 아직도 필름 80%를 돌려 받지 못했다"며 "항공촬영을 '첩보'로 오해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18, 19일 이틀간 서울 상공에서 10여시간 머물며 찍은 사진은 필름 50여통 분량이나 된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기록해온 그의 독특한 항공 사진들은 전세계 많은 관람객들에게 감동과 반성, 경이와 과학적 발견을 안겨주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자연의 색상은 놀랍습니다. 지구가 얼마나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실감하게 되지요." 그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지구 곳곳의 모습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는 이들과 '싸우는'게 아니라 그들을 설득하고 '따라오게' 한다. "제 자신 그동안 사진촬영을 통해 현재와 같은 수준과 방법으로는 더 이상 자원을 소비하고 생산하며 이용하는 것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가 그동안 10년 넘게 이 작업을 하면서 하늘에 머문 시간은 5,000 시간이 넘는다.
"어릴 적 학교를 17번 옮길 정도로 문제아"였던 그는 30세 때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자 가족을 쫓아다니며 매일 열기구를 타고 땅을 내려다 보게 된 것이 '지구를 살리는' 항공촬영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됐다. 그 길로 영화배우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고 한다.
그는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꼭 의식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행동하고 무언가를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전시될 제 사진에서 한국의 행정가와 도시계획가, 일반 시민들이 지구의 소중한 의미와 메시지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이번에 서울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포함해 120여점이 선보일 '하늘에서 본 지구' 한국 전시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5월3일∼8월말 열릴 예정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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