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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대 큰 EBS 수능강의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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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은 교육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수준별 수능 과외를 실시하고 방과 후 수준별 보충학습을 허용하는 것이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써야만 하는 과외를 사이버 학습체제를 구축해 누구든지 원하는 대로 무료로 과외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매우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강제가 아닌 자율 선택으로 실시될 방과 후 수준별 보충학습도 학교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잘 운영하면 학교 밖 사교육보다는 교육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고 사교육비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기존 EBS 교육방송의 수능 강의도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아이를 입시 경쟁 교육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학교 교사에게만 교육을 맡기는 부모가 많아져야 우리 교육이 바로 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학원이 즐비한 신도시의 무차별적인 과외 공세를 외면하고 아예 과외 공급이 없는 시골의 작은 학교에 보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게 했다. 학교 선생님만 믿고 교육을 시킨 셈이다.

그 작은 시골학교에서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권한 것은 EBS 수능 강의였다. 4, 5년 전에도 교육방송이 자체 조사한 바에 의하면 EBS 수능 강의의 수능시험 문제 적중률은 70%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꼭 돈을 써야만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 살든지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을 보장해 주는 것은 바로 이번에 발표된 교육방송과 인터넷을 통한 e-러닝(인터넷 사이버 학습) 과외 공급이다. 아이들이 e-러닝의 바다에서 스스로 헤엄쳐 실력을 쌓아가도록 교육부는 그 바다가 좋은 수질을 유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비를 쓰지 않고도 아이들이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인 과제다. 학교의 교과과정을 앞당겨 가르치는 선행학습이 학교 수업 붕괴의 주범이다. 학원에서 미리 배우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는 말에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학원의 선행 학습은 학교, 학생, 학부모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낭비다.

학부모들도 생각을 많이 바꾸어야 한다. 사교육 맹신과 내 자녀 위주의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입시에서 성공하는 것이 반드시 인생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사교육에 찌들어 자란 자녀들이 건강한 인성을 갖추게 되는지,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창의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추게 되는지를 진지하게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내 자녀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학교가 이번 대책을 실행해 가는 데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책을 놓고 과외를 줄여야 하는 형편에 학교가 과외를 불러들인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의 권위를 사교육에 빼앗긴 나라에서는 e-러닝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질 높은 교육을 베풀어서 공교육의 권위를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e-러닝 과외가 학원처럼 입시 중심으로 갈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학습의 즐거움을 주고, 학교 교육을 보완하고, 학교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전 풍 자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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