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변신이다. ‘바른 생활 사나이’의 대명사 차인표(37)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는 조폭 두목 ‘백성기’로 나왔으니.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차인표는 열심히 연기했다. 촬영 전 2개월 동안 목포 지역극단에서 사투리를 배우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은 그간 주연을 맡았던 작품의 흥행 실패를 만회하려는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관객 어느 누구도 싸움 잘하고 욕 잘하는 ‘백성기’를 무서워하거나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을 잡으러 조직에 잠입한 형사(조재현)에게 “내가 믿는 것은 바로 너뿐이다”는 식으로 감동을 먹이는 멋진 남자로만 비쳐진다. 차인표도 “영화가 끝난 다음 고향 친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백성기는 서울에서 소외된 지방도시의 한 괜찮은 남자일 뿐이다.
차인표를 아끼는 팬들이 서글퍼지는 것은 바로 이 지점부터다. 조폭으로 변신해서도 친형 같고, 사투리를 써도 서울 사람 같은 ‘자연인’ 차인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이다. 그마저 수많은 조연들의 톡톡 튀는 개그(거의 개인기 수준이다!) 때문에 무참히 가려지고 말았다. 모질고 치사하고 비열하고 역겨운 배우 차인표의 모습은 언제쯤 보게 될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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