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수덕사로 유명하고 추사 김정희 선생과 매헌 윤봉길 의사의 유적이 있는 곳, 여행의 피로를 녹일 수 있는 온천이 손짓하는 곳. 충남 예산이다.우리 역사의 향기와 휴양의 여유가 함께 어울린 예산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다. 햇살 바른 양지에는 생명의 기운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봄기운을 느끼면서 차분하게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격조있는 가족 나들이가 될 만하다.
준비
올 4월부터는 예산군이 추사고택-충의사-수덕사-덕산온천 등을 돌아보는 버스투어를 매주 일요일마다 갖는다. (예산군청 경영관리실, 041-330-2316) 투어비용 없이 관광지 입장료와 식사비만 내면 돼 한결 간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기다릴 수야 없지않은가. 둘러볼 곳이 적지않은 만큼 조금 일찍 집을 나서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당진IC에서 빠져 나온다. 합덕 예산 방면으로 32번 국도를 달리다 추사고택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 3㎞ 정도 더 가면 첫 목적지에 다다른다.
추사 고택
조선 최고의 명필 추사 김정희(1786~1856) 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다. 18세기 중엽 김정희 선생의 증조부 김한신이 지은 이 집은 원래 50간이 넘는 큰 집이었는데, 지금은 사랑채와 안채, 사당 등만 남아있다. 단아했던 선비적 삶의 향취가 그윽하게 배어있다. 모사품이긴 하지만 세한도(歲寒圖) 등 추사 선생의 유묵(遺墨)이 집 곳곳에 붙어 있다. 눈을 감고 툇마루에 앉으면 그 시대 고고했던 선비의 얼과 기개가 온 몸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추사 고택 오른편으로 조금 더 가면 ‘화순옹주 정려문’(和順翁主 旌閭門)이 나온다. 추사 선생의 증조모인 화순옹주가 젊은 나이에 별세한 부군을 따라 식음을 전폐하다 세상을 떠난 것을 기리고자 정조가 내린 열녀문이다. 화순옹주는 영조의 딸로 조선왕조 왕실에서 나온 유일한 열녀다. 말로만 듣던 열녀문을 직접 보니 여러가지 상념이 떠오른다.
다시 오른편으로 조금 더 가면, 추사 선생의 고조부 묘자리 앞에 천연기념물 106호인 ‘예산의 백송’이 자리잡고 있다. 추사 선생이 25세때 중국에서 가지고 온 것인데, 하얀색의 소나무가 마치 추사의 이상향을 대변하는 듯 하다. 입장료 500원. 관리사무소 (041)332-9111
남연군 묘
서산 해미방면 4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덕산읍에서 11번 군도를 탄다. 이정표가 명확치 않아 덕산읍에서 길을 묻는 게 좋다.
남연군 묘는 흥선대원군의 부친 묘로, 묘 자체는 별로 볼거리가 없지만 역사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곳이다. 재야의 야심가였던 흥선대원군이 ‘2대에 걸쳐 왕이 나올 수 있는 묘자리’라는 말을 듣고 부친 묘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1866년에는 독일상인 오페르트가 이 묘를 도굴하는 사건이 발생해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풍수지리설의 좌청룡 우백호의 주변 지세를 확인해볼 수 있다.
윤봉길의사 생가ㆍ충의사
덕산읍으로 다시 돌아와 서산 해미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매헌 윤봉길(1908~1932) 의사의 초가집 생가와 윤 의사의 충절을 기려 세운 충의사, 그리고 유품을 전시한 윤의사 기념관이 나온다.
윤의사 기념관은 사진과 영상자료 등을 통해 윤 의사의 일생을 일목요연하면서도 실감나게 정리해뒀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피맺힌 울분과 기개가 새삼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입장료 1,000원. (042)330-2552
수덕사
백제 말기에 세워져 1,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덕사는 일제시대 신여성으로 유명했던 일엽스님이 출가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덕숭총림 수덕사는 현 조계종의 5대 총림 중 하나로 특히 한국 근세 선불교가 싹을 틔운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바로 근세 선불교의 중흥자인 경허 스님과 그 제자 만공 스님이 주석했던 곳. 이들의 법맥을 잇는 덕숭문중은 범어문중과 함께 현 불교계의 양대 맥을 형성하고 있다. 사찰 곳곳에서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의 유적을 볼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수덕사를 꼭 찾아야 하는 것은 고려 충렬왕(1308)때 건립된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바로 수덕사 대웅전 때문이다.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수덕사 종무소 (042)337-6565
일주문 옆 수덕여관은 애틋한 사연을 갖고있다. 이응로 화백이 부인과 함께 이곳을 운영하다 제자와 사랑에 빠져 프랑스로 떠난 뒤 부인이 죽을 때까지 혼자 살며 이곳을 지켰다.
덕산온천
예산의 마지막 코스는 덕산읍에 자리잡은 덕산온천관광지. 온천장 7곳, 관광호텔 2곳 등 50여곳의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밀집해 있어 연간 250만명이 찾는다.
500여년전 상처난 학이 부리로 물을 찍어 바르는 것을 농부가 발견해 이곳의 온천수가 알려졌다는 기록이 전한다. 1918년 일본인에 의해 목욕탕이 처음 들어섰고, 1947년 호텔이 세워지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따뜻한 온천욕을 통해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고 하루의 여정을 상큼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예산군청 관광사업담당 (042) 330-2318
/예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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