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부 대기업 총수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소환 조사하는 등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늦어도 3월초까지는 사법처리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검찰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최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조사를 받았고 일본에 체류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20일 귀국, 소환에 응할 예정이다. 역시 일본에 있는 신격호 회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귀국을 종용중이다.
이밖에 미국에 체류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보이며 중견 기업 중에서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19일 검찰에 나왔다.
비공개로 진행중인 일련의 기업인 소환은 검찰이 당초 예고한 '의미 있는 소환'의 사전단계에 해당한다. 비공개 조사를 통해 혐의의 경중을 가린 뒤 신병확보 또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최종 결론이 내려지는 기업인은 추후 공개소환한다는 것이 검찰의 수순이다. 때문에 공개소환과 사법처리는 동의어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공개소환이 반드시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법정에는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해 최소 불구속 기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특히 삼성 등 4대 그룹 총수에 대한 조사방식과 처벌수위를 놓고 고심중이다. 18일 조사를 받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차장 김인주 사장은 정치권에 제공한 채권에 대해 보다 진전된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일각에선 검찰이 아직 채권의 일련번호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삼성이 관련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노무현 후보 캠프측에 제공한 불법 자금이 드러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미국에 체류중인 이학수 부회장에게 책임 있는 진술을 기대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조사는 이 부회장 조사결과에 따라 가변적인 상황이다.
현대차 그룹은 자금출처 조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남긴 돈이라는 당초 주장은 철회했으나 아직 출처를 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K 최태원 회장은 초기부터 소환 방침이 분명했고 비자금 출처를 완전히 소명한 LG 구본무 회장은 조사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한편 안 부장은 "기업인 처벌을 정치자금 제공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비자금 조성 등 본질적인 기업 비리가 우선적인 처벌기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공한 불법자금 규모가 수백 억원에 달하더라도 대주주 개인 돈이거나 기업 규모에 비해 비자금 조성액이 적을 경우 선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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