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영화산업에 경사가 겹치고 있다. '실미도'가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고 뒤를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관객들에게 다가서고 있다.또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로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영화가 하나의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으며 예술작품으로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등 두 마리 토끼가 잡혔다는 증거로, 한국 영화산업은 지금 최대 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산업만이 아니다. 게임산업은 온라인게임이 중국과 일본 시장을 급속하게 점령하며 매년 두 자리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영화산업과 함께 한국 문화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 문화산업은 참으로 짧은 시간에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1995년 무렵부터 시작된 관심과 정책적 노력으로 소위 '딴따라'라고 평가절하되었던 우리의 문화산업계가 어엿하게 실질적 산업의 수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산업은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바로 지금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선순환을 그릴지, 아니면 성장의 꼭대기에서 만세 몇 번 부르고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인지가 지금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발전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의 수요를 확대하고 또 그 중 상당부분을 확보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은 아직 획기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문제를 꼬집어 보면 앞으로 가야 할 발전 방향과 정책의 줄기는 의외로 쉽다. 먼저 정부가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한국 문화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이제 더 이상 문화계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 혹은 문화기술로 풀이되는 CT의 발전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정보기술(IT)의 지원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의 근원은 창의력이다. 그 샘물을 키우는 것은 교육체계와 연결되어 있다.
결국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 그리고 상품으로서의 특징 때문에 산업자원부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문화산업의 발전과 이를 통한 국가 성장동력의 제고를 위해서는 관련 정부기관과 민간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중심축이 필요하다. 국가경쟁력이 문화산업을 비롯한 창조적 산업의 발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영국정부가 총리가 직접 참여하는 창조산업태스크포스(Creative Industry Task Force)를 구성하고 관련부서의 장관과 학계, 산업계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중심기구가 결성되면 바로 여기에서 개발 자체의 지원에만 치중하지 않는 다각적이고 장기적 정책의 방향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력 양성, 우리만의 독창적 콘텐츠 개발 및 환경조성, 세계시장의 개척을 통한 위상 확립이라는 세 가지의 큰 틀에 대한 정책 방향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때로는 경쟁적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해야 한다.
현장의 문화산업계도 할 일이 있다.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전략이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상품의 기획과 마케팅에서도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세계의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고려하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국내 시장에서 거둔 작은 성과들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들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하는 것이 우리 문화산업계의 궁극적 목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휴 종 추계예술대 문화산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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