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꼼지락! 다른 고기는 툭 치면 죽은 척 가만히 있는데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꿈틀댄다고 이름 붙여진 꼼장어. 겨울철 숯불 위에 오른 꼼장어의 몸 비트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지체높은 양반들은 먹지 않았다는 꼼장어는 예로부터 서민들에게 필수 단백질을 제공해왔다. 요즘도 소주 안주로, 혹은 스태미너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어느 포장마차에 들어가도 꼼장어 없는 곳은 별로 없지만 요즘은 꼼장어 구이 전문점들이 생겨나 성업중이다. 값도 싸고 대중적이며 서민적인 정서를 물씬 풍기는 메뉴로는 그만이다. 석쇠 위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지글지글 도 굽히는 꼼장어를 안주로 삶의 애환을 잠시라도 달래보자.
꼼장어=먹장어, 아나고=붕장어
우리 나라 중부 이남 연안의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꼼장어는 뱀장어와는 다른 종류다. 생김새가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생태학적으로는 물론, 맛도 크게 다르다. 특히 뱀장어의 느낌이 부드럽다면 꼼장어는 쫄깃하다.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를 뜻하는 장어로는 민물장어, 먹장어, 붕장어 등이 있다. 이 중 밤거리 포장마차 안주의 대명사인 꼼장어는 먹장어의 다른 말이다. 흔히 ‘아나고’라고 부르는 것은 붕장어를 가리킨다.
꼼장어의 영양학
일반적으로 장어류는 비타민A가 풍부하다. 보통 소고기의 200배 이상.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DHA 및 EPA 함량도 다른 어종 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단백질은 해독 작용과 세포 재생력이 좋은 점액성 단백질 및 콜라겐 성분으로 이루어진 양질의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보통 장어에 기름기가 많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문제될 것 없다. 육류에 있는 기름기와는 전혀 다른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어서다. 불포화지방산은 말초, 모세혈관을 튼튼히 해주고 몸의 생기를 왕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꼼장어가 스태미너 음식으로 손꼽히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꼼장어 맛의 화려한 변신들
꼼장어하면 뭐니뭐니 해도 구이가 최고.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숯불이나 연탄 위에서 석쇠로 구워야 제맛이 난다. 신림동의 자갈치꼼장어숯불구이의 고용운 사장은 “보통 양념구이를 많이 먹지만 소금구이나 꼼장어 야채볶음 등도 한번 맛을 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 별미”라고 소개한다. 어떻게 조리하든 담백하고 쫄깃한 그 맛만은 변함없다.
양념구이 가장 인기높은 메뉴.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한 뒤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만든 양념을 묻혀 나와 금방 구워먹을 수 있다. 갖은 양념이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 양념이 타지 않게 적당히 구워먹는 것이 요령이다.
소금구이 꼼장어 애호가들이 즐기는 메뉴. 양념 없이 구워 별 맛 있을까 싶지만 예상 밖이다. 노릇노릇하게 굽히는 것이 군침을 돌게 만든다. 양념구이에 사용되는 재료보다 더 신선해야 소금구이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소금간이 된 참기름에 찍어먹으면 고소하다. 여러가지를 맛보려면 담백한 소금구이를 먼저 먹고 양념구이를 먹는 것이 요령. 초벌구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와 양념구이 보다 조금 더 오래 구워야 한다.
부산에서 많이 먹는 꼼장어 구이 방식. 고추장 소스에 양파와 대파를 썰어 넣은뒤 꼼장어와 함께 굽는다. 석쇠 위에 은박지를 올려 놓고 굽는데 꼼장어가 익으면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맛깔스럽다. 모락모락 김이 날 때 꼼장어를 집어 먹고 국물을 떠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밥을 비벼먹기에도 그만. 서울 사람들은 잘 몰라 많이 찾지 않지만 부산 사람들은 반드시 주문한다고.
/글·사진=박원식기자 parky@hk.co.kr
■꼼장어 맛있는 집
꼼장어가 먹고 싶으면 굳이 해가 질 무렵 포장마차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꼼장어구이 전문점으로 아무때나 찾아가면 된다. 포장마차처럼 꼼장어 전문점들도 새벽 늦게까지 혹은 밤을 새며 영업한다. 심지어 점심식사로 꼼장어전문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석쇠와돌쇠의 남무현 대표는 “포장마차 아이템이었던 꼼장어가 전문점 메뉴로 떠오르면서 꼼장어 애호층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점에 젊은이들은 물론 여성 고객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새로운 모습. 신림동과 서울대입구 4거리 등에는 꼼장어 전문점들이 밀집해 있고 꼼장어 전문체인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갈치꼼장어숯불구이 (02)877-1577 신림동
장어 구이 한가지로만 7년째 성업중인 꼼장어구이 전문점이다. 1997년 오픈했다. 신선한 재료와 자체 개발한 소스가 맛의 비결. 원래 부산식 야채볶음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양념, 소금구이가 더 인기다. 1인분 6,000원은 개업때나 지금이나 같다. 24시간 영업. 부드러운 살점이 자랑인 민물장어와 바다장어 구이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석쇠와돌쇠 (02)478-6482 구의, 풍남, 석촌, 하남점 등 10여개 매장
인삼 구기자 감초 생강 마늘 된장 등 20여가지 재료로 만든 양념이 매콤달콤한 꼼장어구이 맛을 낸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는 1인분 8,000원. 숯불에 구워 먹는 닭불구이 바비큐는 6,000원. 영업시간은 오후 3시~새벽 3시. 여름에는 개폐식인 입구와 창문을 활짝 열어 실내에서도 야외에서 먹는 기분을 낼 수 있다. 돼지 목살과 항정살도 별미.
볏집구이마을 (02)3141-5435 마포구청앞
부산 기장 지역의 조리법을 그대로 가져와 꼼장어를 볏집에 구워 내는 것이 특색. 잔뜩 쌓아놓은 볏집에다 꼼장어를 놓고 초벌구이로 반만 구워 내놓으면 손님이 테이블에서 다시 한번 구워 먹는다. 꼼장어에 볏집 타는 시골내음이 묻어있다고. 양념, 소금구이 1인분 7,000원. 삼겹살 구이도 잘 나간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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