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18일 오전 최병렬 대표의 총선 불출마를 전격 결정한 것을 두고 구구한 해석과 논란이 일었다. 김문수 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의 요점은 최 대표의 지역구 불출마 및 백의종군 전국구 불출마 공천심사위의 단독 결정 등 크게 세 가지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대표가 그 동안 해온 말을 모아 심사위가 뜻을 밝히는 것"이라며 심사위의 독자적인 결정임을 강조했다.공천심사위의 전격 발표가 나오자 당 안팎에선 곧장 "김문수마저 반(反)최로 돌아섰다"는 술렁임이 이어졌다. 적어도 이날 아침의 결정과정을 살펴보면 그랬다. 오전7시30분께 모여든 공천심사위원들은 최 대표 불출마를 전격 결정했고, 뒤이어 최 대표 측근 홍준표 의원이 참석해 "불출마는 안 된다. 공천심사위는 전국구까지 논의할 자격이 못 된다"며 반대했다. 누가 봐도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공천심사위의 단독 결정이었다.
하지만 "김문수마저 돌아서면 균형추가 기운 것 아니냐"는 술렁임이 이어지자 최 대표측에선 곧바로 "그게 아니라 어젯밤 최 대표와 김 위원장간에 상의가 있었다"는 얘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최 대표는 17일 밤 자택에서 김 위원장 등과 장시간 전화 통화하며 여론동향을 살폈다. 결국 초·재선, 중진 의원이 18일 모임을 갖기로 하는 등 반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지자 다급해진 최 대표는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이다.
최 대표는 "하루 만에 번복하는 것은 모양새가 우스우니 공천심사위가 결정하면 받는 것으로 하자"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따랐다. 홍 의원은 뒤늦게 등장, 반대하는 조연을 맡았고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서 "심사위의 단독결정"이라며 딴전을 피웠다. 짜고 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해석을 낳자, "불출마는 원래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임을 뒤늦게 측근들이 알리고 나선 것이다.
결국 심사위의 불출마 결정은 최 대표 살리기를 위한 긴급 처방이었고 준비된 '쇼'였던 셈이다. 하지만 각본까지 세워 마련한 긴급처방은 노도가 된 최 대표 퇴진 요구 앞에 그다지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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