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현 정권의 386 실세 중 한 명인 안희정(41·사진)씨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도덕적 우월성과 개혁성을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한 뒤 정치권내 권력구도 및 주류세력의 교체를 주도했던 그가 불과 참여정부 출범 1년여 만에 '검은 돈'이라는 족쇄에 묶여 좌초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안씨의 범죄혐의와 행적 등을 지적하며 "그토록 비난하던 기성 정치권의 '구태·구악 정치'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비서 출신으로 1990년 3당 합당을 계기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안씨는 대선 후 나라종금 로비 의혹사건에 연루돼 일찌감치 청와대 입성을 포기하고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그에겐 현 정부 출범 후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다.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던 지난해 3월 친구들로부터 선물받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물의를 빚는가 하면, 돌연 경기 부천에서 일산 아파트로 이사해 눈총을 받았다. 한달 뒤에는 "나라종금의 '나'자도 모른다"고 부인했던 나라종금 로비 사건 등과 관련, 3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기까지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배지를 달든, 안 달든 21세기 신주류를 형성, 집권당의 사무총장이 될 것"이라며 '세대교체'를 주장,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논산·금산)에 머물렀던 안씨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구속되기 전인 12월 초 상경, 또 다시 튀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젊은 세대가 정권을 잡은 것은 5·16 군사정변 이후 40년 만이다. 그 때는 군인들이 총칼로 한강 다리를 건넜지만 우리는 노사모와 노란 목도리를 매고 한강을 건넜다"며 새로운 세대의 역할을 강조한 것. 그러나 그는 불과 열흘 뒤 대선 때 기업체 등으로부터 1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이중 행태'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가 모금한 불법 대선자금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검찰이 최근 단서를 포착한 10억원의 불법자금이 사실로 확인되면 전체 불법자금은 5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그는 이 돈 중 일부를 아파트 중도금 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지난 해 8월에도 2억원을 받는 '대담함'을 보여 주위의 분노를 샀다. 노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었던 안씨가 이제 회복 불능의 정치적 위기에 처한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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