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인 A사는 최근 경기도의 아파트 건설 현장의 기초 철근 콘크리트 공사에 쓸 철근 공급이 늦어지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될 뻔했다. 이 회사는 웃돈을 얹어 주고 철근을 구해 가까스로 위기는 넘겼지만 공급량이 적어 불안속에 공사를 하고 있다. 철근, 목재 등 국제 원자재 수급이 불안해 지면서 건축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일부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는 등 국내 건축자재 대란이 현실화 하고 있다.특히 건축자재 값 인상은 건축비 상승을 초래해 결국 아파트 분양가 인상 등 연쇄 파장을 일으킬 수 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8일 건설사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금가 기준 톤 당 38만9,000원(일반 철강 10㎜ 기준) 하던 철근 판매가는 이번 주초에는 톤 당 48만9,000원으로, 2개월 만에 25.7%나 급등했다.
건축물 철골로 사용되는 소형 H형강도 지난해 초 톤당 39만원 이던 것이 현재는 톤당 53만원으로 36%가 올랐다.
그러나 중국의 원자재 싹쓸이로 국제 수급이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현금을 주고도 건축자재를 못사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일부 건자재 대리점들이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축 물량을 풀지 않고 있어 자재난을 가중 시키고 있다. 모 철근 제조사의 경우 지난해 2월 25만9,000톤의 철근을 판매했는데 이 달 들어 현재까지 쌓인 공급 신청 물량만 65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회사의 한달 공급 물량(약 30만톤)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그 만큼 가수요까지 가세했다는 반증이다.
실제 건축업자들이 구입하는 철근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중소 건설업체인 Y사는 최근 대리점에서 철근은 톤당 5만∼6만원, H형강은 10만∼12만원씩의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철근이나 비철금속류 같은 건축자재는 워낙 공급이 달려 대리점이 달라는 대로 돈을 준다"고 말했다.
INI, 동국제강, 한보, 한국철강 등 철근 제조사들과 직거래 비중이 높은 대형건설사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신인도가 낮고 거래 규모도 작은 지방 영세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중단하거나 아예 시공을 포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업체들이 도급업체를 대신해 자재를 구입해 주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철근과 비철금속의 수급이 가장 심각하고 목재, 콘크리트 골재 등 대부분의 건축자재들도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건축자재 값 폭등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분명해 결국 업체들로서는 늘어난 건축비를 분양 원가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란이 오기 전에 공급을 늘리고 중간 유통상의 폭리를 줄이는 등 수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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