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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송수남교수 회고전 내일부터/老將의 곧은 먹선 世波를 가로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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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송수남교수 회고전 내일부터/老將의 곧은 먹선 世波를 가로지르다

입력
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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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한국화가 남천(南天) 송수남(66·홍익대 동양학과 교수)씨가 반(半)세기에 가까운 작품 역정을 되돌아본다. 때마침 대학 강단을 떠날 때가 됐다.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그의 정년 퇴임과 맞아떨어져 삶의 전환점을 기념하게 된 셈이다.20일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우리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 1954―2004'는 고교시절에 그린 수채화부터 다양한 변화를 거쳐온 수묵화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50년을 관통하는 자리이다.

80년대 수묵화 운동을 주도한 송씨의 작품은 90년대 후반 들어 지극히 단순해졌다. 커다란 화폭 가득히 한 일(一)자를 가로로 혹은 세로로, 또는 사선으로 반복해서 죽죽 긋는다. 제목도 아예 붙이지 않거나 '붓의 놀림'으로 일관하고 있다. 2년 전 열린 개인전에서 이 같은 작품을 대거 선보인 그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나부터 곧고 바르게 살자는 뜻에서 한 일자를 긋기 시작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먹과 물이 종이에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흑백 농담의 변주는 인위적으로 색채를 통해 강요하는 것 이상의 변화를 느껴지게 만든다. 캔버스에 여러 겹 한지를 덧댄 질감도 풍부하거니와 여기에 능란한 붓놀림과 여백의 활용을 통해 수묵화에 현대성을 가미한다. 단순함 속에서 한국적인 것에 근접하려 했던 그의 의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송씨의 근작에 대해 "선들은 서로 밀쳐내면서 동시에 서로 비비듯이 밀착한다. 변화 없음에서 변화를 유도하고 변화 속에서 절제를 가다듬는다"고 평가했다.

전시작 60여 점은 한국화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송씨의 역정을 좇는데 충실하게 구성된다. 미술에 입문한 고교 시절의 수채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화 작품활동에 들어간 60년대의 추상적 화풍에 이어 70년대 빨강 파랑 등 짙은 원색을 과감히 도입한 장식적 색채가 강한 관념적 산수, 그리고 80년대 수묵의 세계로 회귀한 뒤 흑백 대비가 뚜렷한 수평 구도의 남천식 산수로. 그의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90년대 초반 자유분방하고 불규칙하게 붓을 놀리는 '놀림' 화법은 결국에는 형상과 형식을 버리고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한 일자를 패턴화하는 작업으로 선회한다.

송씨는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목각 채색 오브제 10여점도 선보인다. 1년여 전 마련한 평창동 작업실 한 켠을 빽빽이 메운 목각 채색 작품들은 상여 장식 등 틈틈이 수집한 목각들에 색을 덧입힌 것으로 토속적 분위기가 물씬하다.

큐레이터 윤옥영씨는 "남천의 넘치는 창조성의 예이자 소담한 한국미의 본질에 접근해가는 그의 작품 경향의 맥락과 닿는다"며 외골로 지켜온 수묵 작업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면 할수록, 송씨는 한국 특유의 단순소박한 미적 정서에 다가간다.

전시는 3월14일까지. (02)720―1020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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