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체제의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분란이 18일 밤 극점을 넘어선 것 같다. 최 대표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당 안팎에서는 벌써 '최 대표 이후'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초·재선 소장파에 이어 최 대표에게 호의적이던 중진들까지 관훈토론회에서 제시한 최 대표의 수습책을 성토하며 대표 퇴진과 비상대책위 구성, 임시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을 추진키로 했다. 19일 예정된 소장 중진 합동 모임은 최 대표에 대한 권한정지 선포식이나 다름없다. 거대야당의 역성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소장파의 '구당(救黨) 모임'은 이날 밤 국회에서 다시 회동해 당규개정과 비대위 구성 등 전당대회 소집전략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최 대표의 사퇴를 기다리지 않고 내달 15일 이전 개최를 목표로 전당대회 추진하겠다"고 결의했다. 무조건 최 대표를 제끼겠다는 것이다. 모임에선 "이제 확실한 최 대표 편은 이강두 정책위의장과 홍준표 의원 두 사람 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무성, 박진 의원 등은 모임이 끝난 뒤 "최 대표가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우리와의 세 대결에 나설 경우 신당 창당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이날 각기 오찬 모임을 가진 소장파와 중진 의원들은 맹형규 김무성 남경필 원희룡 의원을 최 대표에게 사절로 보내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맹 의원 등은 "총선까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빨리 결단을 내려달라"고 면전에서 최후통첩을 건넸다. 원희룡 의원은 "최 대표의 퇴진 외에 타협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열린 소장파 오찬에는 이재오 맹형규 황우여 최연희 홍문종 남경필 박진 오세훈 원희룡 심재철 김황식 서상섭 오경훈 권영세 박혁규 윤경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중진과 영남출신 의원들도 별도 모임을 갖고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회창 전총재에게 당 위기의 책임을 덮어씌운 최 대표의 관훈토론회를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비난했다. 이 모임에는 유흥수 양정규 김종하 정창화 목요상 나오연 하순봉 박헌기 김진재 김기배 신영국 윤영탁 윤한도 정문화 정의화 이주영 엄호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 이미 '마음을 비운' 박헌기 정창화 유흥수 정문화 의원 등이 가세한 것은 당내 '반최(反崔) 정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이제는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누가 '포스트 최병렬'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가 됐다. 일각에는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과 손 지사는 공직자 사퇴시한이 지나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오 의원이 이들의 이름을 공개 거론하자 "이 시장을 띄우려는 애드벌룬 아니냐"는 핀잔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대표경선에 출마했던 강재섭 김덕룡 의원은 "참신성이 떨어진다", 소장파에 대해선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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