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65평 땅에 묻혀버린 "가족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65평 땅에 묻혀버린 "가족애"

입력
2004.02.19 00:00
0 0

강남 요지의 자투리 땅을 차지하기 위해 남매가 법정 다툼을 벌이다 급기야 아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머니를 전과자로 만든 사실이 드러나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은모씨와 송모씨 부부의 5녀1남 가운데 큰딸은 1970년 은행 퇴직금으로 서초구 잠원동에 65평짜리 땅을 사 아버지 명의로 등기한 뒤, 가족들을 믿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82년 아버지가 별세하자 둘째딸 부부는 "땅 관리가 어려워 처분했다"며 땅값 1,000만원을 어머니에게 줬다. 그러나 큰딸이 88년 귀국했을 때 이 땅은 부동산 개발에 힘입어 금싸라기로 변해 있었고, 명의도 둘째딸 부부 앞으로 돼 있었다. 둘째딸 부부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머니를 속여 땅을 판 것처럼 꾸몄던 것이다.

큰딸은 남동생과 함께 둘째딸로부터 땅을 받아낸 뒤 남동생에게 땅 관리를 맡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96년 이번에는 남동생이 땅을 팔아 돈을 챙겼다. 땅값은 무려 16억7,000여만원까지 뛰어 있었다.

큰딸은 소송을 내 1심에서 패한 뒤 항소심에서 어머니의 증언으로 겨우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남동생은 집요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후 어머니에게 강제로 '큰딸이 땅 주인이라고 한 증언은 위증이었다'는 탄원서를 쓰게 했다. 이어 직계가족은 고소를 할 수 없는 형사소송법(224조) 규정을 피하려고 처제 이름으로 어머니를 위증죄로 고발했다. 남동생은 어머니가 법원에서 약식명령을 송달받자 몰래 벌금을 낸 뒤 어머니를 전과자로 만들었다. 이후 남동생은 "어머니가 위증을 인정, 벌금까지 낸 만큼 어머니의 증언은 무효"라며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18부는 18일 "어머니가 위증죄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해도 노모(81세)를 속인 피고의 행위는 사회생활상 용인될 수 없다"며 재심 청구를 각하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