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누가 봐도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 한 구석에 근심거리를 갖고 있다.가난한 사람은 부자들이 부럽지만 부자들은 나름대로 돈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한없이 부럽지만 잘하는 아이들이 성적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더욱 심하다.
가장들은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틸까 고민을 하고, 어머니들은 어떻게 하면 자녀들의 뒷바라지 잘해서 좋은 대학에 보낼까 늘 걱정 한다.
누구나 자기에게 처한 상황에 따라 각자 자기만의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 살아가고 있는 성인 모두에게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다.
나는 이제껏 10번이 안되는 유권자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 동안의 나의 승률은 20%도 안 되는, 즉 찍는 실력이 형편없는 유권자이고 시대의 흐름에도 둔감한 유권자이다.
그러나 한번도 빠짐없이 나의 주권을 행사해 왔고, 또 내가 원하지 않던 당선자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보냈으니 성실하고 착한 유권자라고 자부한다. 생각해 보면 선거 때마다 어느 당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선거처럼 나를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트린 선거도 없다. 예전에는 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물을 보고 찍었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분명 지금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시기이다. 보수와 개혁, 구세대와 신세대가 대립하는 가운데 도저히 한 표 주기가 아까운 썩어 빠진 정당들이 대통령과의 석연치 않은 역학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뽑은 정당들이 선거 후에는 가면을 벗고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도 예측해 봐야 한다. 이것저것 골치 아프다고 아예 나 몰라라 하기에는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큰 것 같다. 나의 이런 고민은 정치 신념이 뚜렷한 일부를 제외한 보통의 국민의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살아가기도 만만치 않은 형편에 이렇게 나라 일까지 고민을 해야 하니 이래저래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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