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여행할 때는 늘 설레임과 두려움이 함께 합니다.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입니다.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일 경우에는 그런 감정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작은 것에도 쉽게 감동하고, 사소한 일에도 흥분하게 됩니다.예전에 달라진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도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발전해가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보면 절로 흐뭇해집니다. 여행에 지친 심신은 약간의 친절에도 감동을 느끼나 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주 거제 취재여행을 마치고 귀경하는 길에 점심 식사를 위해 대전-진주고속도로 산청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식사를 위해 자리에 앉는 순간 휴게소 여직원 한 명이 피아노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곡 '봄처녀'가 먼저 연주되고 '보리밭'이 이어졌습니다. 순간 가슴속에서 미묘한 떨림이 일었습니다. 며칠동안 봄을 취재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봄이 그때서야 가슴속으로 다가왔던 거죠.
그런데 그것이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나 봅니다. 식사를 하던 지긋한 중년의 아저씨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罐4? 부인으로부터 핀잔을 받습니다. 하지만 별로 창피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나 봅니다.
음악 한곡이 연주되고 관객의 박수가 이어지고 있는 순간, 50대가량의 아저씨가 불쑥 일어나더니 연주자에게 다가갑니다. 갑자기 지갑에서 1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피아노위에 놓더니 황급히 사라집니다. 당황한 여직원이 따라 나섰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물론 1만원을 주고 봐야 할 정도의 공연수준은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받아들인 감동은 수십만원짜리 대형 뮤지컬이 주는 감동보다 더욱 큰 것 %B같았습니다.
여행은 이처럼 잊고 있던 감수성을 자극하는 좋은 매개체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박수를 보내는 마음. 평소에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임을 여행지에서 새삼 깨닫습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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