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교육인적자원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대해 교육계와 교사, 학부모들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입시가 내신위주로 바뀌기 위해서는 대학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내신 부풀리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대학의 수용 여부는 미지수이다. 방과 후 수준별 보충학습 등 일부 정책은 사실상 학교의 학원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에 골몰한 나머지 공교육 정상화라는 대의를 방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학부모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그동안 공교육 붕괴의 책임을 사교육 맹신에 빠진 학부모에게 돌리고 과외억제 정책만을 내놓는데 그쳤다"며 "그러나 이번 대책은 공교육을 외면하던 학부모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이 되고 있다"고 환영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회장은 "내신위주의 대입제도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 방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의 서열화, 학벌주의 완화를 위한 구체적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과 후 수준별 보충학습 등 학교가 사교육을 대체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고교생 학부모 A(47·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교사들이 방과 후 필요한 과목을 지도해 준다면 과목당 20만원의 학원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연대' 박경양 회장은 "관제 사교육을 남발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고 말했다.
일선학교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의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번 대책이 학교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원희 경복고 교무부장은 "학교 공부는 도외시하고 학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만 대비하는 지금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실장은 "방과 후 수준별 보충학습, EBS 수능 방송 등 각종 대책이 잘 맞물려 돌아간다면 학생의 사교육비가 대폭 절감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주희 서울 숙명여고 국어교사는 "숙명여고의 경우에는 '수'가 전체의 10%도 안 되지만 어떤 학교는 40% 가량이 '수'를 받고 있다"며 "이 같은 내신 부풀리기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교사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안혁 중앙여고 교사는 "동료에 의한 평가는 다른 곳에서도 힘든데 보수적인 학교에서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시행을 강행하면 교단 인화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조는 입시문제, 대학서열화의 문제를 전혀 손대지 않은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수준별 보충학습, 외부강사 초빙 같은 제도는 학교를 정상화하기보다는 학원화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병수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과외는 낭비적 교육으로 학력신장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과외를 조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신위주의 대입제도 재편에 대해 대학들은 "기존의 내신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려면 성적 부풀리기 등의 맹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객관성 확보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서울대는 2005학년도부터 전체 학생의 20%가량을 거의 내신(80%)만으로 선발할 예정인데, 교육부의 이번 대책에 따라 다른 추가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학 연세대 입학관리처장도 "8월에 발표할 교육부의 보완책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학의 자율 선발권을 보장하면서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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