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안전대책 빠진 추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안전대책 빠진 추모

입력
2004.02.18 00:00
0 0

"추모행사만 열면 뭐하나요. 달라진 게 없어요…."대구지하철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참사현장인 중앙로역. 언제 19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냐는 듯 겉으로는 말끔하게 단장을 했지만, 종종걸음을 치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묻어나왔다. 참사 당시 간신히 살아남았던 안모(20·학생)씨는 "지하철을 타보니 역사에 페인트를 새로 칠한 것 정도가 달라진 모습"이라며 "안전대책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중앙로역에는 무서워 내리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날 중앙로역을 찾은 최모(37·달서구 상인동)씨는 "1995년 101명이 숨진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참사후에도 해마다 추모제가 치러졌지만 결국 8년만에 사고가 또 터지지 않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현실이 그렇다. 바로 1년전 참사직후 중앙정부와 대구시는 '안전'이란 이름의 대책들을 무수히 쏟아냈다. 그러나 늘 그렇듯 한두달이 지나면서 지하철 참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고 그틈을 타고 안전대책도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렸다.

"대구지하철1호선의 전동차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조해 안전지하철의 모델로 삼겠다"는 대구시의 장밋빛 약속이 있었지만, 전동차 204량중 개조됐거나 새 모델로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정전때 지하철 역사의 대피방향을 지시해주는 축광형 유도타일과 화재시 연기를 뽑아내는 제연설비, 승강장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펜스도 여전히 말뿐이다. 그 대신 내년 하반기부터 대구지하철 3호선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시의 공약이 시민들의 멍든 가슴을 때리고 있다.

"추모식은 필요없어요. 그 비용으로 좌석 하나라도 더 불에 타지 않는 것으로 바꿔주세요."

대구시민들은 이제 일회성 추모행사는 넌더리가 난다. 타 지역 사람들의 위로도 고맙지만 때론 야속하다. 대신 눈에 보이는 '안전'을 애타게 원하고 있다.

전준호 사회2부 기자 jhjun@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