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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학원 급증·특목고 유학반 강화…/"해외 명문大 가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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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학원 급증·특목고 유학반 강화…/"해외 명문大 가자" 열풍

입력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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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AT(미국 대학진학 적성시험) 전문학원. 8명의 학생들이 5평 남짓한 강의실에서 원어민 강사의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 A외고 3학년 진학 예정인 이들 앞에는 미국의 SAT 교과서가 놓여 있다. 재미동포 출신 강사가 "이 얼굴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농담을 건네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사와 학생 모두 영어로만 말하는데도,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서울 강남 일대에서 SAT 전문학원으로 입 소문이 난 이 학원에는 현재 25명의 특목고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특목고 내에서도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해외 유학반'에 소속돼 미국 명문대 진학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도 일주일에 학기 중 이틀, 방학 기간에는 나흘씩 이 곳에서 SAT 실전훈련에 몰두하는 것이다.학원생 이지환군의 어머니 윤경숙씨는 "특목고생은 내신성적 때문에 국내 대학 진학이 불리하다"며 "한국인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고교 졸업 후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1∼2년 사이 민족사관고와 대원외고 학생들이 미국 아이비리그(동부지역의 8개 명문 사립대)에 대거 진출하자 다른 특목고와 일반고 학생 사이에도 해외유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두 학교를 제외하곤 교내에 따로 유학반을 운영하는 경우가 드물어 강남 일대에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SAT 준비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 시행을 목표로 내신위주의 대입 전형을 추진하고 있어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 학생들이 해외유학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SAT 전문?7極坪?서울 압구정역 부근에 10여 곳이 몰려 있고, 강남역 인근에 10여 곳, 삼성·선릉역 인근에 대여섯 곳이 문을 열었다.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대치동 일대에선 SAT를 겨냥한 소규모 그룹 과외도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동의 모 SAT 학원장은 "수강생은 주로 방학을 맞아 귀국한 조기 유학생이나 해외 명문대 입학을 노리는 국내 고교의 우수학생들"이라며 "최근 들어 하루 10∼20여 통의 문의전화가 오는 등 국내 고교생 학부모들의 관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교생 사이에 해외유학 열풍이 부는 것은 대원외고, 민족사관고가 운영하고 있는 해외 유학반이 초창기부터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 1998년부터 특기적성교육의 일환으로 방과 후 하루 2∼3시간씩 SAP(Study Abroad Program)반을 운영 중인 대원외고는 2000년 1기생 9명이 미국 명문대에 합격했으며, 2기 13명, 3기 26명, 4기 40명 등 점차 그 수가 늘고 있다.

올해 졸업하는 5기 60명 중 16명은 미국 하버드, MIT, 브라운, 컬럼비아대 등 50위권 안의 명문대에 특차 합격했고, 나머지는 정시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민족사관고는 99년 1명이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 3명, 2001년 7명, 2002년 14명, 2003년 17명 등으로 매년 합격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해외유학 수요가 늘면서 다른 특목고도 앞 다퉈 해외 유학반을 강화하고 있다. 한영외고는 2002년부터 미국 대학원 출신의 박사급 강사를 초빙, 해외유학 준비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숙영 국제교육부 교사는 "3학년 15명, 2학년 18명, 1학년 30명 등 해가 갈수록 해외 유학반 희망생들이 늘고 있다"며 "올해 입학하는 1학년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성적 순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유학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해외 명문대에 진학했다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귀국하는 사례가 적지 않?%E? 때문이다.

또 월 100만∼150만원을 받는 SAT 전문학원 가운데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나 강사 없이 시류에 편승해 설립한 곳도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학은 SAT와 내신성적 뿐만 아니라 직업체험활동, 봉사활동 등 차별화한 방과후 활동 경험을 요구하고 있어 단순히 SAT 영어시험만 대비해서는 합격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美대학 진학하려면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SAT(Scholastic Assesment Test) 시험을 봐야 한다. 추리력 시험인 SAT1과 과목별 실력 시험인 SAT2로 나뉜다. SAT1은 언어와 수리 영역 128문항으로 1,600점 만점이다. 이 중 수리영역은 우리나라 고교 1학년이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며, 명문대 진학을 위해선 보통 1,400점 이상 받아야 한다. SAT2는 작문, 문학, 미국사 등 기초과목과 외국어 등 총 15개로 편성돼 있고, 이 중 대학이 요구하는 과목을 골라서 치러야 한다. 내년 3월부터는 SAT1에 논술이 추가돼 더욱 어려워진다.

유명 사립대학은 SAT 외에도 토플성적 내신성적 특기적성 추천서 자기소개서(에세이) 인터뷰 등을 요구한다. 때문에 하버드 예일 등 명문 사립대 진학을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기숙사비를 포함해 연간 3만∼4만5,0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SAT 전문학원으로는 엘리트학원, 프린스턴리뷰, 카플란어학원, 서울어학원 등이 유명하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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