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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검찰의 애매한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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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검찰의 애매한 잣대

입력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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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협조기업이라면서요? 그런데 기사를 이렇게 쓰면 어떡합니까." 16일자 가판신문이 나온 직후인 15일 저녁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삼성은 170억원 추가제공 사실을 숨긴 점 등으로 볼 때 수사협조 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기사 내용에 대한 항의였다.그는 안대희 중수부장이 이날 "삼성은 자복한 기업에 속한다"고 말한 사실에 고무된 듯했다. "발언의 진의가 불분명하고, 객관적 사실로 볼 때 삼성이 수사에 협조했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대답했지만 수사협조 여부가 기업 처벌의 주된 기준이 된 마당에 잘못된 사실을 썼다면 해당 기업은 매우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안 부장은 16일 삼성이 자복했다고 보는 근거를 묻자 "최초 한나라당에 준 채권 112억원을 자백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삼성이 채권번호를 밝히지 않아 사채시장을 이 잡듯 뒤져야 했고, 그 과정에서 170억원의 추가 자금이 발견된 것도 '협조'의 결과인지 궁금해졌다.

안 부장은 한화에 대해서도 "대표적인 자복 기업"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서청원 의원에게 10억원을 줬다는 '팩스 자술서'를 보낸 김승연 회장의 태도를 협조로 본 것일까. 그렇다면 이 같은 관대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비협조 기업'으로 찍힌 기업은 어딘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안 부장은 발언의 오해를 염려한 듯 오후에는 "특정 기업이 자복했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 협조 기업에 대한 관용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협조는 곧 반성의 뜻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뉘우치지도, 겸손하지도 않은 기업을 협조기업으로 분류한다면 그 기준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이 검찰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금, 검찰에게는 공평한 잣대와 분별력이 필요하다.

노원명 사회1부 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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