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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관]드디어… 제한상영관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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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관]드디어… 제한상영관이 열린다

입력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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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척박한 영화 문화 속에선 꿈처럼만 여겨졌던 제한상영관이 이르면 3월에 생긴다는 소식은, 본 '성인전용관' 코너에 애정을 가진 독자라면 이미 접하셨으리라 생각된다(열혈 에로 마니아라면 이미 스크랩을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이 코너도 이젠 어엿한 '실체'를 지니게 되었고, 향후 더욱 풍성한 텍스트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벌써 가슴이 부푼다. 물론 실제로 개관을 하고 영화가 걸려야 안심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엄밀히 얘기하면 에로 영화만을 위한 장소는 아니지만, 심의에 의해 등급을 부여받지 못한 영화가 상영되는 제한상영관에 걸릴 영화들의 주조는 에로티시즘일 가능성이 높다. 제한상영관 첫 영화로 거론되는 작품은 틴토 브라스 감독의 '칼리귤라'(사진). 한국에선 이미 1991년에 '펜트하우스의 칼리귤라'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두 번에 걸쳐 비디오로도 출시되었으며 최근엔 DVD로도 출시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아직 우린 그 영화의 '무삭제 버전'을 보지 못한 상태. 제한상영관이 생기면 26년 전에 제작된 논란의 영화의 '논란의 장면'을 대면할 수 있게 된다.

개봉은 되었으나 숱하게 삭제되어 그 본령을 접할 수 없었던 에로티시즘 영화의 제자리 찾아주기에, 제한상영관은 한 동안 열중할 것 같다. 모자이크로 인해 거추장스러웠던 장면도 이젠 해방되는 셈이다. 여기서 '칼리귤라' 외에 이러한 성은을 입었으면 하는 영화를 몇 편 꼽아본다면 먼저 '감각의 제국'이 떠오른다. 한국 개봉 당시, 이렇게 개봉할 거면 뭐 하러 개봉했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던 이 영화는, 아트 필름과 하드코어 포르노의 경계를 무너뜨렸던 오시마 나기사의 %2%B걸작. '삐짜' 비디오로만 접할 수 있었던 '절단'(무엇을?) 장면을, 어엿하게 극장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이나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도 이미 개봉된 바 있지만 '손 안 댄' 버전이 궁금해지는 영화. '부기 나이트'의 마지막 장면도 '검은 막대' 없이 감상하고 싶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면, 그 이름으로만 떠돌던 전설의 에로티시즘 걸작들을 만났으면 하는 소망이다. 미국의 아트하우스에서 개봉했을 때 논쟁의 극점을 치달았던 '목구멍 깊숙이'는 성기가 목구멍에 있는 여성이 주인공인 섹스 판타지.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겹게 들었으니 이젠 확인하고 싶다. 조 다마토나 틴토 브라스의 여과 없는 거친 화면도 정식으로 만났으면 하는 영상들. 사디즘으로 범벅된 '살로 소돔 120일'이나 마조히즘의 걸작인 'O의 이야기' 같은 '쎈' 영화가 과연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궁금하다. 루이스 브뉘엘의 '세브린느'도 반드시 만나야 할 작품이다.

아직 제한상영관은 열지도 않았는데 너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만 더 원한다면, 한국의 영화감독 또한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제한상영관은 과연 우리에게, 파격과 도전과 일탈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까?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김형석·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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