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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딜러 하루로 본 요즘 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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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딜러 하루로 본 요즘 외환시장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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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암울하군." 13일 오전 8시 외환은행 본점 19층 딜링룸. 스피커를 통해 역외선물환(NDF) 시장 가격동향을 듣는 7년차 딜러 김두현(34) 과장은 마음이 심란했다. 정부의 규제조치이후 가만히 있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NDF시장은 사실상 개장휴업 상태다.김 과장은 6개 모니터의 스위치를 올렸다. 전날의 외국시장 동향과 주요 뉴스 등을 점검하면서 변수들을 짚어본다. G7이후 엔·달러 공방, 중국의 위안화 절상가능성 등 아무리 봐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이 대세다. "오늘도 NDF 관련 5억 달러의 매도 물량이 환율 하락요인이지만 정부가 그냥 보고 있지는 않겠죠."

메신저를 통해 외국 거래자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던 김 과장은 시장과 재정경제부 사이의 최근 공방을 빗댄 농담 하나를 발견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신은 죽었다'는 말을 남긴 철학자 니체가 요즘 외환시장에 대해 던진 한마디. "한국 외환시장은 죽었다." 이 말을 들은 재경부 왈 "니체 너야말로 죽었다."

오전 9시. 달러당 1,160.50원에 개장가격이 형성됐다. 개장후 한 시간이 하루 환율결정에 가장 중요한 때이지만, 몇 분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소강상태가 수시로 발생했다. 탐색 때문이었다. 1,160원에 확고한 저지선을 편 당국의 방어 때문에 시장은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전 10시까지의 환율 변동폭은 고작 70전이었다.

역외 세력(외국인)의 매수로 잠시 1,163.50원까지 치솟았으나 금세 1,160원대로 떨어졌다. 그만큼 환율 하락 압력은 컸다. 1,160원이 흔들릴 때마다 국책은행과 한 외국계 은행이 모니터에 등장했다. 당국의 개입임이 확실해 보였다.

잠시 후 재경부가 외평채 1조원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시장개입을 위한 '실탄'을 비축하겠다는 얘기였다. 최근 들어 당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거의 매일 10억 달러 정도를 사들이고 있다. 경기의 버팀목인 수출지원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주변국 환율이 모두 하락세이고 원유와 원자재파동으로 물가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대응이 올바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장과 맞서 계속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오후 4시 장이 끝날 때까지 시장과 당국의 지루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결국 이날도 외환시장은 개입물량으로 추정되는 국책은행의 매수주문을 마지막으로 1,160.10원에 종지부를 찍었다. 정부는 1,160원을 방어하는데 또다시 성공했다. 그러나, 거래량은 미미했고 김 과장은 주종목인 NDF에서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김 과장은 "요즘 시장을 보면 그저 허탈할 뿐"이라며 "정부입장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하루빨리 외환시장이 정상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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