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털털한 소시민 연기를 그리워했는데, 그가 마침내 높은 산을 넘어 돌아왔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세우게 한다." "보는 이를 공감하게 만드는 연기, 최고입니다. 앞으로 자주 나오세요. 동네 골목에서 만나는 형님, 혹은 막내 삼촌처럼."13일 방송된 MBC 베스트극장 '겨울 하느님께'에서 기러기 아빠의 아픔을 가슴 찡하게 연기한 탤런트 강남길(46)에게 쏟아진 네티즌의 찬사다. 수많은 별들이 떴다 사라지고, 쉽게 잊혀지는 연예계에서 이처럼 절절한 환대를 받으며 제2의 연기인생을 시작하는 이가 또 있을까.
'한 지붕 세 가족'의 봉수로, 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달수 시리즈'로 서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강남길. 2000년 2월 가정불화 끝에 아이들과 함께 영국으로 훌쩍 떠났던 그가 돌아왔다.
1월 MBC 일요아침 드라마 '물꽃마을 사람들'로 안방극장에 복귀한 그는 그 동안 꾹 눌러온 연기 열정을 한꺼번에 분출하듯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스트극장 출연에 이어, 다음달에는 사교육 문제를 다룬 새 '달수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치마 두르고 '주부 아빠'로 살았던 영국에서의 체험담을 엮은 책 '강남길의 오 마이 고드'도 펴냈다.
'물꽃마을…' 촬영장인 충남 당진의 한 농원에서 만난 그는 "솔직히 아직 대인기피증이 남아 있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유의 익살스런 모습이 나타났다. "캐나다에서 이메일을 보내준 이성미, 이홍렬씨 등 동료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는데, 더러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하." 그는 "잘 돌아왔다고 생각하느냐"는 뻔한 질문에 "그럼요, 오브(Of)가 코스(Course)입니다"라고 썰렁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4년 전 도망치듯 이 땅을 떠날 때는 오로지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아이들(고1, 중1)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밥 하고 빨래 하는 아빠보다 직업인으로 곧추서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혼자 귀국,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 그는 한동안 지독한 외로움과 위장병으로 심하게 앓았다.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오면 여기는 새벽 2시인데, 처음에는 매일 그때까지 기다려 전화통화를 했죠. 하루는 둘째 녀석이 '그럴 시간에 푹 주무세요'라고 하더군요. 다 컸죠? 인터넷으로 아빠와 관련된 기사를 꼼꼼히 챙겨보고 조언도 해주고 있어요."
그는 토크쇼나 라디오 진행 섭외를 적잖이 받았지만, 당분간 연기에만 몰두할 생각이다. "'강남길, 아직 죽지 않았네.' '물꽃마을…' 연출자인 박복만 PD가 던진 그 한마디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어요. 정말 열심히 살고 싶어요. 제가 겪은 아픔까지 녹여내 더 깊이 있고, 그러면서도 웃음이 묻어나는 소박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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