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남단 잠진도 잠나루 선착장. 이른 아침부터 실미도와 무의도행 여객선을 타려는 관광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바로 옆에는 전국 각지의 번호판을 단 승용차들이 두줄로 정차한채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대 학생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이들은 대박을 터뜨린 영화 '실미도'의 실제무대를 구경하기 위해 먼길을 달려온 사람들. 선착장 매표소 관계자는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부터 배를 타려는 관광객들로 선착장일대가 장사진을 이룬다"며 "예년에 볼수없는 풍경"이라고 전했다.
무인도에서 관광명소로
북파공작을 위해 1968년 창설된 실미도 부대원들이 1971년 서울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자폭한 사건을 그린 영화 '실미도' 가 국내 흥행기록을 연일 갱신하면서 '잊혀졌던 섬' 실미도가 때아닌 관광특수를 맞고 있다. 인천앞바다 중구 무의도에 위치한 실미도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던 곳. 하지만 최근 관객동원 1,000만명을 눈앞에 둔 영화 '실미도'의 인기를 등에 업고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 중구청에 따르면 올해들어 주말과 휴일이면 하루평균 1,500∼2,0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15일에는 무려 3,000명의 관광객들이 실미도와 무의도를 찾아 겨울바다와 섬풍경을 즐겼다. 용유출장소 무의지소 이현덕(31)소장은 "실미도 세트장이 철거되고 황량한 겨울바다밖에 볼수 없는데도 관광객은 계속 늘고 있다"며 "영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미도와 인접한 무의도의 수려한 경관도 관광객들을 흡인하고 있는 요인. 파도와 바람에 깎인 기암절벽이 늘어선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은 겨울바다의 정취를 맘껏 만끽할 수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백사장에는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SBS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활기띠는 지역경제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도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실미도 주변 음식점들의 호황. 무의도에서 실미도로 가는 1㎞남짓한 길가에는 횟집과 매운탕, 꽃게탕집 20여곳이 들어서 있는데 주말 점심시간대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 1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2)씨는 "손님이 밀려들면서 매출액이 작년과 비교할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고 흐뭇해했다.
또 선착장주변에서 각종 잡화를 파는 노점상과 영세업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잠진, 무의선착장에는 모두 20∼30개 업소가 성업중이다.
거꾸로 가는 문화행정
그러나 행정당국의 부실한 문화행정은 관광산업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마인드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 실제로 인천 중구는 지난해 10월 20억원을 들여 만든 실미도 세트장을 불법건축물이라며 경찰에 고발조치해 영화사측이 자진 철거했다. 문화단체 관계자는 "영화 '친구'의 주무대인 부산, 드라마 '야인시대'의 촬영장소였던 부천시 등은 세트장을 보전, 매년 적지않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세트장 철거는 관광분야에 대한 무관심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각종 규제조치로 인해 관광시설을 확충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 무의도 하나개상인번영회 김창복(55)회장은 "관광객 급증에도 관광특구법 등 각종 규제로 건물 증개축이 힘든 실정"이라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숙박·휴양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조명조 문화관광국장은 "실미도와 무의도를 잇는 화강암징검다리를 설치하고, 곳곳에 관광안내소도 마련할 방침"이라며 "실미도 등 주변에 대규모 영상단지 조성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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