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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갈증, 사이버로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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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갈증, 사이버로 풀었어요"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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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40.7세. 앳된 얼굴의 22세 처녀부터 할아버지뻘 되는 59세 부시장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대학교 졸업식 풍경이라면 믿어질까. 1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디지털대 학위수여식.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받고 공부를 하며 향학열을 꽃피운 국내 최초의 '사이버 학사' 74명이 이 자리에서 영광의 학사모를 썼다. 더욱이 이들은 4년 과정을 3년에 마쳐 조기졸업했다.최근 경기 과천시 부시장으로 승진해 경사가 겹친 최고령자 박종선(59·행정학)씨는 30여년 전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고 1969년 경기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배움의 갈증이 내내 그를 괴롭혔다. 10여년 전 사무관으로 승진했을 때 동국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나 대졸자가 아니어서 수료증 밖에 받지 못한 경험은 아직도 한(恨)으로 남아 있다. 박씨는 "조기 졸업 욕심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강과목을 늘렸고 새벽까지 매일 2시간 안팎 공부했다"며 "대학원 과정도 다시 밟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뇌성마비 3급인 황덕현(29·e-경영학)씨는 아버지 일을 도와 직장생활을 하는 가운데서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들여 졸업장과 함께 뇌성마비복지재단이 주는 특별상을 받았다. 황씨는 "타자 속도도 느리고 수업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어 한번 들어도 되는 것을 열번까지 반복해 듣는 등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했다"고 토로했다. 불편한 몸에도 학생회 간부를 맡고 운동(볼링)과 동호회(자동차) 활동에도 열성인 황씨는 "교사인 아내의 모교 대학원에 아내와 함께 다니거나 해외로 유학을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연소 졸업생인 이보라(22·여·중국학부)씨는 일반 대학에 합격하고도 직장문제로 등록을 포기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이번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일 1과목씩 공부하고 주말에 보충해 사이버대 졸업과 함께 한양대 국제대학원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씨는 "사이버대라고 해서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학우들과 함께 동아리나 그룹 스터디 활동도 열심히 했다"면서 "직업과 연령대가 워낙 다양해 또래들과 대학에 다니는 것보다 시야가 오히려 넓어졌다"고 자랑했다.

박창복(52·e-경영학)씨는 주방기기 전문업체를 3개나 거느린 '회장님'. 73년 고교 졸업 후 형편이 어려워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는 '컴맹'이라는 약점에도 불구, 하루 3∼4시간씩 컴퓨터 및 학과 공부에 몰두한 끝에 3년 만에 조기 졸업을 했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이날 서울디지털대 졸업생을 포함해 이 달 중 전국 7개 디지털(또는 사이버)대학에서 모두 146명의 사이버 학사(조기졸업자)가 탄생한다. 28일 한국디지털대를 졸업하는 최병태(33·디지털정보학)씨는 억대 연봉을 받는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었지만, 학벌의 장벽을 느껴 사이버대를 택해 이번에 학사모를 쓰게 됐다.

이에 앞서 최근 졸업식을 가진 서울사이버대 졸업생 3명은 국내외 대학원에 진학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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