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과 조기퇴직 등 고용불안이 심화하면서 창업을 돌파구로 삼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소자본 창업의 성공률은 높게 잡아야 20%선. 특히 불황이 계속되는 요즘 창업 성공률은 더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공은 실패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것. 창업 희망자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창업 실패사례를 몇 차례 소개한다./편집자 주
1999년 4월 햇살이 화창한 봄날, 대학을 졸업한 나는 열정과 희망이 가득 찬 얼굴로 갓 발부된 사업자등록증을 들고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다. 창업한 회사는 3차원 가상인간(아바타)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사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98년 5월 학교주최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탔고 10월에는 정부 주최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다. 회사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해 미국회사와 현지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한동안 잘 굴러갔다. 하지만 제품개발과 시판 시기를 놓치고,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창업 2년 만인 2002년 7월 회사는 다른 회사에 흡수 합병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체계적인 투자유치계획이 없었다는 점이다. 1차 투자유치에서 한 곳에 너무 많은 지분을 넘겨줘 2차 투자부터는 투자자들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또 국제감각이 떨어져 해외 합작투자 진행 때 대행사가 무리한 요구를 했지만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었다. 특히 자금부족에 시달리면서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단순용역에 매달리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를 소홀히 하면서 제품 개발시기를 놓쳤다.
결국 실천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연구개발에 바빴기 때문에 사업계획서는 대외 홍보용 정도로 치부했다. 당시 작성했던 사업계획서를 다시 보면 쓴 웃음이 나온다. 사업계획서에는 "언제까지 어떤 제품 개발을 완료한다"는 식의 장단기 목표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한다.
사업의 꽃은 기술이 아니라, 영업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찾아온 사람보다 내가 찾아가 만난 사람이 휠씬 더 많은 도움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영업과 영업인력을 경시하는 경영자는 단순한 발명가에 불과하다.
/아바타 기술벤처 김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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