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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CCTV 설치이후/"혹시 찍힐라" CCTV 범죄예방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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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CCTV 설치이후/"혹시 찍힐라" CCTV 범죄예방 "몸값"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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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가의 한 골목을 들어서면 'CC(폐쇄회로)TV 안전구역'이란 아직은 생소한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푯말이 붙어있는 전신주 윗부분이나 건물 외벽의 구석진 곳에는 거리를 노려보고 있는 카메라 렌즈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강남 일대에 이같이 CCTV가 설치된 이후 범죄와 불법주차가 크게 줄고 경찰관의 근무태도가 몰라보게 좋아지자 경찰과 많은 시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골목길 문화가 사라지고 식당과 술집에 유명인들이 찾아오지 않는 등 역기능도 적지 않다.

범죄율 크게 낮아져

서울 강남구가 지난해 10월 논현동 등 범죄 다발지역에 5대의 방범용 CCTV를 시범 설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7대를 추가 설치해 강남구에만 42대의 고성능 CCTV가 논현동 역삼동 개포동의 주요 길목을 감시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각종 강·절도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일선 경찰관들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논현 역삼 개포 등 3개 지구대 사무실 내부에는 각각 16곳의 CCTV 화면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있다. 50∼60m 밖의 자동차 번호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 또 100m 거리의 물체나 사람 얼굴도 줌 기능과 360도 회전 장치 등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15일 역삼지구대에서 CCTV 화면을 보던 김모 순경은 "CCTV 설치 후 112신고가 예전보다 25% 가량 줄었고 발생사고도 감소했다"며 "카메라의 존재 자체가 범죄 예방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논현지구대에서도 평균 60∼70건에 달하던 하루 범죄신고건수가 최근에는 40건 이하로 줄었다.

주민들은 대체로 CCTV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최근 가게 골목에 CCTV가 설치된 역삼동 G슈퍼마켓 주인 최경희(37)씨는 "밤이면 술에 취한 업소 여종업원 등을 노린 각종 치기배들이 들끓었는데 카메라가 생긴 뒤 모두 사라졌다"며 "가스총까지 갖고 장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5)의 손을 잡고 귀가하던 주부 황모(34)씨도 "아이들을 겨냥한 범죄가 들끓는 요즘 카메라라도 지켜주고 있으니 마음 한켠이 든든하다"며 "게다가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았던 불법주차도 말끔히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차량 순찰을 맡고 있는 한 순경은 "CCTV엔 순찰자의 근무태도도 그대로 찍히기 때문에 주요 거점을 완벽하게 순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점도 CCTV 설치가 주는 또 다른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간의 대화 단절

하지만 CCTV의 등장은 골목문화를 뒤바꿔 놓았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주민들의 대화마당인 골목길이 갈수록 황량해지고 있는 것. 논현동에 사는 주민 이모(47·여)씨는 "이웃들과 길에서 만나면 시시콜콜한 얘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런 내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눈인사만 하고 헤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젊은 연인들도 불만이 많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여자친구와 잠시 얘기를 하다가도 카메라를 발견하면 얼른 다른 곳으로 이동하곤 한다"고 불평했다. 신사역 인근에서 일식집을 운영중인 이모(47) 사장은 "지난해까지 우리집에 오던 단골 연예인들이 올해 모두 발길을 끊었는데 알고 보니 CCTV 때문이더라"고 하소연했다.

CCTV의 대당 가격은 1,500만원 가량으로, 강남구는 연말까지 총 372대를 추가 설치해 강남을 모두 앉아서 감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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