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근무했던 근로자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했다.14일 오전 5시께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제5도크 뒤에서 이 회사 협력업체 인터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말 퇴사한 박일수(50·울산 동구 일산동)씨가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격자 정순곤(45·현대중 선실1부)씨는 "야간근무 중 마네킹 같은 물체에서 연기가 나 다가가 보니 사람이 불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대중공업의 선실내 나무의장을 담당하는 인터기업사무실 앞에서 분신했으며 벗어 놓은 점퍼 호주머니에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는 내용의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울산경찰청은 15일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박씨의 시신을 부검키로 했으나 민주노총 중심의 대책위는 이를 거부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박씨 장례를 '울산노동자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탁학수)는 "노동단체들이 박씨의 분신자살을 이용해 조직의 위상을 강화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사건 해결의 모든 절차와 권한을 현대중공업 노조에 일임하라"고 주장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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