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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야간 행군·해병대 훈련 참가… 정신력 강조 "극기경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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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야간 행군·해병대 훈련 참가… 정신력 강조 "극기경영" 확산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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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 분당의 삼성SDS 데이터센터에서는 이색적인 고사(告祀)가 펼쳐졌다. 이곳은 기업정보화 전문 업체인 삼성SDS가 전산서비스를 위한 첨단 정보기술(IT) 장비들을 총집결해 놓은 장소. 분당에서 한강 둔치까지 밤새 이어지는 50㎞ 행군을 출발하기 앞서 300여 임직원들의 무사귀환을 빌기 위한 행사였다.'디지털 경영'의 조류 속에서 임직원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복고풍 경영이 늘고 있다. 선진 경영기법과 효율적인 조직구성 아래서도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면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직원들과 함께 야간 행군 길에 나선 김인 삼성SDS 사장은 "첨단 IT산업에서도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회사의 경쟁력을 가늠 짓는다"며 "임직원들의 '악착 같은 집념'을 키워야 한다"고 행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에서는 비영업직 직원들의 정신무장을 위해 '현장으로 가자'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14일 토요 휴무일인데도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과 1,200여명의 본사 직원들이 고객센터로 출근, 가입자들의 민원을 직접 방문 처리했다.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시장의 수익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고객 한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자는 취지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올해를 흑자원년으로 삼자는 목표 아래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번호이동성가입자 유치 전쟁에 나선 KTF·LG텔레콤은 평일 오후와 주말 등을 이용해 주요 임직원들이 일선 영업점에서 가입자 유치를 벌이고 있다. 특히 KTF 남중수 사장과 LG텔레콤 남용 사장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장경영의 기치를 내세우며 직원들을 이끌고 '전투'를 독려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굿모닝 신한증권·우리은행·롯데마트 등도 임직원들을 해병대 극기 훈련에 참가시키는가 하면 기업은행·SK(주)·현대중공업 등도 신입사원 극기훈련과 행군을 다시 실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임직원들의 '정신 다잡기'가 기업들의 복고풍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일선 경영자들 사이에서 "극기훈련·현장체험 행사들은 과거에 비해 유약해진 직원들의 근무태도 개선과 정신력 강화를 위해 유용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과 달리 노조 및 젊은 직원 사이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소속의 한 간부는 "이는 80년대 군대식 기업 문화의 재탕으로, 직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회사와 경영자,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팀워크를 키워가는 행사가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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