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으로 교사 생활을 하던 20년 전 일이다. 당시 나는 고3 담임을 맡아 패기와 열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학생들과 부대낀 기간이 아니었던가 싶다.마지막 수업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학생들에게 1년 동안의 소감을 익명으로 적어내게 했다. 교무실로 돌아와 누가 보지 않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의 결점을 지적하는 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다. "선생님은 고집이 너무 셉니다." "일단 담임을 맡았으면 한눈 팔지 말고 선생님이 맡은 반에 충실해 주세요." "학생의 결점을 너무 직접적으로 꼬집지 말아 주세요. 그러면 학생의 인격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학생들의 소감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차이를 영원히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교직 생활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유일한 자료다. 현재 우리 교단에는 교사가 자신의 직무능력을 평가받을 만한 장치가 없다.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가 정말 어렵다. 교사들끼리는 서로의 영역에 대해 불가침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학생이 불만을 표출하면 눈을 한번 부라리면 된다.
우리들은 각자 학생과 학부모님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무엇이 교사들을 훌륭한 선생님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교사평가제가 실시되면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나는 경험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제는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진정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누렇게 빛이 바랜 연습장에 적힌 학생들의 소감을 다시 펼쳐보니 감회가 새롭다. /seot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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