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를 다루는 일인데 공부를 소홀히 해선 안되죠."13일 오후 2시 대전 한남대 학위수여식장. 한껏 멋을 부린 졸업생들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향장미용학과(석사과정) 졸업생 18명. 다른 학생들에 비해 조금 나이는 들어보이지만 머리 모양부터 한눈에 멋장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이들이 더 관심을 모은 것은 국내에서 첫 미용학 석사학위를 수여 받았기 때문.
한남대가 사회문화과학대학원에 향장미용학과를 신설한 것은 2002년 3월. 4년제 대학의 학부에 미용학과를 둔 곳은 있었으나 석사과정을 설치하기는 처음이었다.
향장미용학과 류은주(48) 학과장은 18명이 석사모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학과에는 실습이 없어요. 오랜 경력의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 깎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난센스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학과 이름을 듣고 헤어디자인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 학과는 모발과 피부를 다루는데 필요한 생물학, 면역학, 미용제품학 등 전문지식을 배운다"고 소개했다. 류 교수의 전공도 미생물학이다.
18명의 졸업생들은 전국 각지의 미용계에서 내로라 하는 베테랑들이다. 송연숙(44)씨는 미스코리아 충남대전지역예선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대학에도 출강하고 있다. 홍도화(50)씨는 직업전문학교 교장이며 케이블방송에서 미용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남학생은 단 3명. 미용용품회사를 운영하는 김철중(36)씨는 "의상학의 경우도 처음엔 학문적 토대가 약했다"며 "미용학도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30년 경력의 이용사인 최만종(50)씨는 이에 질세라 "박사과정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입학하고 싶다"며 향학열을 과시했다.
이 학과의 재산목록 1호는 바로 직접 만든 교재다. 미용향장학은 아직까지 많이 개척이 안된 탓에 대학원 교재가 전무해 류 교수 등이 직접 제작해야 했다. 그래서 한 두 권씩 만든 책이 이젠 15권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류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모발학 사전'도 펴냈다.
수업은 스파르타식이었다. 방학도 없이 일주일에 이틀씩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의가 2년간 이어졌다. 다른 학과의 2배에 훨씬 넘는 강의를 들은 셈이다.
류 교수는 "18명 중 13명은 이미 미용학과가 설치된 각 대학의 겸임교수와 강사로 임용됐다"며 "이들이 미개척분야인 국내 미용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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