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히리 지음·박상미 옮김 마음산책 발행·9,000원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은 2000년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줌파 라히리(37·사진)의 첫 장편이다. 미국 이민2세대 인도인 청년이 겪는 고뇌와 혼란을 그린 소설은 작가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인도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라히리에게 '나는 누구인가'는 글쓰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가야 하는 질문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작가 니콜라이 고골리의 이름을 딴 '고골리'라는 이름을 갖는데, 이 이름이 그에게는 인생의 굴레가 된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러시아식 이름을 가진 인도인'인 그는 괴상한 '고골리' 대신 미국식에 가까운 '니킬'로 이름을 바꾸고 완벽한 미국인이 되고 싶어한다.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푹신한 침대에 눕는 뉴요커의 삶을 따라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키운 인도의 전통과 문화는 벗겨지지 않는다.
"자신을 완벽하게 새로 창조하는 일은, 그 엉뚱한 이름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시간이 지난 뒤 고골리가 얻은 깨달음이다.
"우리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단편 제목)에서 나왔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고, 작가가 찾아낸 답이기도 하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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