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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개막/ 첨단현대미술의 경연장서 "한국적 감성" 관객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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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개막/ 첨단현대미술의 경연장서 "한국적 감성" 관객 사로잡다

입력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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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정도로 생동감이 넘칩니다. 여러 아트페어에 참가해봤지만 이처럼 진지함과 활력이 공존하는 미술시장은 처음입니다. 단순히 작품을 팔고 사기 위한 견본시가 아니라 첨단 현대미술의 경연장입니다." 유럽 최정상의 미술축제로 부상하고 있는 스페인의 아르코(ARCO·Feria Internacional de Arte Contemporaneo) 아트페어가 12일 수도 마드리드의 후앙 카를로스 1세 전시장에서 개막,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1982년부터 매년 개최돼 23회를 맞은 올 아르코에는 전세계 275개 화랑이 참가했다. 주최국인 스페인 화랑 92개를 비롯해 유럽과 북미,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화랑 183개가 부스를 마련한 아르코는 작가 정현숙 대진대 교수의 말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 현대미술의 잔치판 같았다. 한국 화랑으로는 박영덕화랑이 유일하게 참가해 작가 7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함섭, 지석철, 정현숙, 심수구, 이상효, 김윤, 윤정희씨 등 공히 독창적인 한국적 감성과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이들이다.아르코는 스위스 바젤, 미국 시카고, 독일 쾰른 아트페어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국제 아트페어로 꼽힌다. 참가 화랑이 통상 200여 개 안팎인 다른 아트페어와 비교해 규모가 크고 짜임새가 있을 뿐 아니라 전시공간 구성도 시원시원하다. 피카소, 미로, 달리, 타피에스 등 현대미술을 이끈 작가를 낳은 미술의 나라답게 수준 높은 관객의 태도 등 질적인 면에서 다른 미술시장을 훨씬 능가하는 듯했다.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후앙 카를로스 1세 전시장에는 회화, 조각 등 전통적 장르는 물론 사진, 설치, 비디오, 뉴미디어, 판화 등 현대미술 전 분야의 작품이 서로 경계를 허물고 한 자리에 모였다. 앰뷸런스를 그림으로 장식해 그대로 전시장에 들여놓은 작품, 관람객이 앉아 쉴 수 있도록 휴식공간을 통째로 작품으로 만든 것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반짝였다. "모던과 포스트모던, 현대와 보수가 기막히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도 못지 않게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은 작가들의 시대에 대한 고민, 문제의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심수구씨는 출품작에서 받은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피카소와 미로 등 스페인이 낳은 대가들의 작품이 많이 출품돼 전시장 곳곳에서 관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현재 세계미술의 간판 스타 격인 작가들의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 여성작가 루이스 부르주아는 8개의 홀로그램 시리즈 신작을 선보였고, 미국의 제프 쿤스, 영국의 마크 퀸, 스위스 작가 실리 플뢰리 등 각광 받는 작가들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한국의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머큐리' 등 환상적인 작품들도 독일 화랑을 통해 나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박영덕화랑의 부스에서는 지석철 홍익대 교수의 작품 '부재(不在)'와 심수구씨의 싸리나무 작품이 프리오픈 직후 판매되면서 전망을 밝게 했다. '부재'는 지씨 작품의 일관된 모티프인 조그마한 빈 의자가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를 마주보고 있는 형상을 극사실적으로 그려 문명에 저항하는 자아를 상징했다. 심수구씨의 작품은 싸리나무 조각을 화면에 붙여 입체적 추상 회화의 효과를 내는 한국적 감성이 짙은 작품이다. 우리 정신을 서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한지 작업으로 짙게 표출하는 함섭씨 작품에도 구매 문의가 잇달았다. 시카고 아트페어 등에서 100호 이상의 대작이 잇달아 판매돼 한국적 감성의 미니멀 회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던 작가 정현숙씨의 세련된 출품작도 유럽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스페인 최대 일간지인 아베체(ABC)는 아르코 특집판에서 전면을 털어 박영덕화랑으로 출품한 한국 작가들을 소개해 현대 한국 미술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박영덕 대표는 "독일 쾰른 아트페어가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면 아르코는 스페인 특유의 활력을 느끼게 한다. 출품작들이 전반적으로 우리 정서와 잘 통하는 것 같다"며 "이번 참가를 계기로 이곳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1일 미술인과 화랑, 언론에 먼저 공개된 아르코의 프리오픈 행사에서는 스페인 국왕 후앙 카를로스 1세가 명예조직위원장으로 직접 나와 개막 연설을 했다. 아르코는 스페인 정부가 강력하게 후원하는 정부 차원의 미술시장이라는 점도 다른 아트페어와 구별되는 점이다. 현지 참관차 온 류석우 월간 미술시대 주간은 "시장 규모나 내용 면에서 우리 미술계가 배울 점이 많다. 아르코는 스페인이 미술에 대한 자존심 회복을 위해 여는 범정부, 범국가 차원 행사의 성격이 강하다"며 "한국 정부도 침체에 빠진 미술계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드리드=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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