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이상 접대시 상대방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접대 실명제'에 대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접대비 규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13일 재경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11일 취임 직후 재경부 1급 간부들과 산하 외청장 등이 참석한 상견례 자리에서 이용섭 국세청장에게 올해부터 국세청이 도입한 접대 실명제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고 질타했다.
이 부총리는 이 청장에게 "규제를 피하는 각종 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고 말한 뒤 내수 부진을 염두에 둔 듯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시기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접대비 규제한도를 높여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어느 정도 정착되면 금액을 낮추는 것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급격한 한도 규제는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 한 관계자도 "요즘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49만원짜리 영수증을 날짜별로 나눠 끊어 주는 등 신종 편법이 활개치고 있다"며 "건별로 일일이 한도를 정하면 관리·감독도 어려워 오히려 규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의 경우도 건당 75달러 이상 접대비를 사용한 경우 상대방 이름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며 "궁극적으로 접대비 규제는 거래 투명화와 비용 축소를 위해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가뜩이나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마당에 시기적으로 규제의 강도가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법인카드를 50만원 이상 사용한 건수는 지난해 12월 3만7,000건에서 지난달에는 2만6,000건으로 30% 감소했고, 이 중 접대 업종으로 분류되는 일반음식점, 유흥주점, 골프장에서 사용한 건수는 64%나 줄었다. 특히 골프장은 75%나 감소했으며 유흥주점과 일반음식점은 각각 66%와 57% 감소했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2002년 기준으로 민간소비 지출액 가운데 접대비는 1.3%인 데다 건당 50만원 이상 접대비는 0.6% 수준"이라며 "50만원 이상 접대비 지출액이 10% 감소하더라도 민간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0.0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혁의 상징과 같은 조치를 시행 한달 만에 철회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그러나 이 부총리의 지적과 항간의 우려를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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