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에 근접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후배 과학자들이 의학적 근거를 밝혀야만 수상이 가능할 것입니다."13일 새벽(한국시간) 미 시애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뉴욕 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사실 여성의 난자를 갖고 한 연구라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올 땐 정말 몸이 달았습니다. 난자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합니까. 다른 연구팀이 성공한 전례도 없어 너무 막막하고 외로운 길이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성공은 예고된 것이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량 소 보급을 지상과제로 여긴 황 교수는 하루 4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다. 대학시절부터 도축장과 농가를 휘젓고 다녔다. 눈 감고도 훤한 소, 돼지의 복제기술은 이번 연구의 바탕이다.
황 교수가 말하는 또 다른 성공 열쇠는 다기관의 연구협력. "연구를 독점하고픈 욕심, 기초연구자와 임상 의사 사이 장벽, 결과가 나오면 늘 있는 논공행상…. 이건 현실입니다. 하지만 호혜의 정신으로 모든 걸 공개하고 독려했습니다. 논문 저자 외에도 10여명의 연구자가 함께 했는데 어느 한명이라도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사실 팀워크의 핵심은 황 교수다. 황윤영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는 "황 교수를 믿고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고,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황 교수가 끈질기게 설득해 연구자를 모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세계 과학계에 태극기 한번 꼽아보자, 꼭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잖느냐"며 그들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연구성과가 나오자 황 교수는 1급 보안을 가동, 세포주 접근을 몇 명으로만 제한했다. 줄기세포주는 3개로 나눠 각각 다른 곳에서 보관 중이다. "혹 정전이 되거나 불이라도 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니까요. 보험을 든다고 될 일입니까."
13일 기자회견을 끝내고 황 교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환자에게 임상 적용하기까지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제 1학년부터 시작하듯 다시 시작할 겁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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