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노무현 후보 캠프측이 4대 그룹으로부터 받은 불법 대선자금 비율이 '502억 대 0'에서 '672억 대 0'으로 더 벌어지면서 검찰이 다시 수사형평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수사팀 스스로도 "왜 한쪽만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런 기색이다.안대희 중수부장은 이날 "추가로 발견된 삼성채권 170억원의 경우, 노 후보 캠프쪽으로 갔으리라는 심증을 갖고 수사했으나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농담처럼 말한 것이지만 안 부장은 "낙담스런 결과"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만큼 정치권의 형평성 시비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그는 또 "솔직히 말해 삼성이 노 후보 캠프쪽에 건넨 돈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구조본 핵심 인사들을 불러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장의 발언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추론을 갖고 말하길 싫어하는 안 부장의 평소 어법으로 볼 때 노 후보 캠프쪽에 불법자금이 건너간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그 중 하나다. 문효남 수사기획관도 "단서 유무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화(10억원) 금호(7억5,000만원) 등 5대 그룹 이외의 기업들조차 대선 직전 여권에 줄을 댄 마당에 최고의 자금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는 삼성 등 4대 그룹이 손을 놓고 있었을까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의문이고, 검찰의 시각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검찰이 이에 대해 아무런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단계라면 안 부장의 발언은 4대 기업을 향한 일종의 엄포이자 초조감의 일단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조사대상 기업 중 불법자금 제공 사실을 순순히 자백하는 곳이 드물고, 특히 여권에 제공한 부분에 대해선 모든 기업이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음을 검찰은 부인하지 않고있다.
이는 검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편파수사로 이어지게 되고 대선자금의 '진실'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안 부장은 평소 "증거수사가 갖는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진실에 근접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때문에 끝까지 '권력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기업의 경우, 검찰은 비자금 조성에 대한 엄정 사법처리라는 강수를 들이 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