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악령이 스포츠에서도 미국을 괴롭혔다.지난해 11월 지역 예선에서 어이없이 패해 2004아테네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야구에 이어 축구에서도 미국의 아테네행이 무산됐다. 두 종목 모두 멕시코의 작품이었다.
미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북중미 예선에서 0―4로 완패했다. 멕시코 대표팀은 미국의 수비벽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마르케스 루고(2골), 디에고 마르티네스, 이스마엘 이니케스의 릴레이 골로 5만7,000여 관중과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보이콧 이후 6회 연속 올림픽 본선무대를 밟으려 했던 미국의 야망이 좌절된 것은 빈 라덴의 악령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우월한 인접국에 대한 묘한 국민감정에 미국의 대 테러전쟁이 재료로 이용된 것이다. 광적인 멕시코 관중들은 "오사마! 오사마!"를 목청이 떨어져라 연호했고 국가를 부르던 미국 팬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파묻혔다. 멕시코 경찰은 경기가 끝난 뒤 승리에 도취한 관중들에게 폭동진압용 장비를 앞세워 감정을 억누를 것을 호소했지만 맥주에 취한 대다수 관중들은 신속하게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미국 선수단 버스를 향해 조롱을 계속했다.
멕시코는 2002년 6월17일 전주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미국과의 16강전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은 채 0―2로 패한 바 있다. 미국의 글랜 마이어닉 감독은 "멕시코의 엄청난 애국심과 축구열기가 놀라울 뿐"이라고 애써 말을 아꼈다.
한편 올림픽 본선행이 확정된 나라는 그리스, 멕시코,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호주 등 6개국으로 늘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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