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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전찬일과 극장 가기-'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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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전찬일과 극장 가기-'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 3편

입력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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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편 가량의 신작들이 선보인다. 그것도 국적, 장르, 작품성 등 여러모로 퍽 다양한 작품들이. 더 이상 밀렸다간 아예 개봉조차 불가능하리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최후의 몸부림이랄까.그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50대 후반에 연기 생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다이앤 키튼과, 60대 후반의 노장 잭 니컬슨의 열연이 감동적이기까지 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다. ‘왓 위민 원트’(2000)에서 이미 중년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바 있는 낸시 마이어 감독은 이번엔 전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장ㆍ노년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사랑은 젊은이들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날려 버린다.

사실 이 영화의 전체 수준이 호들갑 떨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다. 당장 다음 주 선보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비교해보면 영화는 적잖이 관습적, 감상적이며 다소는 작위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딸의 남자 친구와 애인의 엄마로서 만난, 지독히도 자기중심적 두 남녀가 서서히 서로를 드러내며, 끝내 해피 엔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목격하는 맛이 여간 삼삼하질 않다. 물론 키아누 리브스까지 가세한 출연진의 열연이 큰 몫을 한다. 장담컨대 이 세 스타들이 분한 인물들 사이에 펼쳐지는 삼각관계를 지켜보는 재미가 흥미 만점이다.

내친 김에 나이 지긋이 든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또 한편 보는 건 어떨까? 프랑스 누벨 바그가 낳은 노(老)거장 자크 리베트의 2001년 칸 영화제 경쟁작 ‘알게 될 거야’(2001). ‘사랑할 때…’와 같은 낯익은 스타가 출연하지 않아 덜 끌리긴 하겠지만, 이 ‘사랑과 예술을 찾는 여섯 명의 캐릭터’는 그 수작 코미디와는 또 다른 차원의 그윽한 감흥을 선사할 게 틀림없다. ‘인생으로서 연극’이라는 주제도 그렇거니와, 영화의 모든 층위에서 감지 발견되는 거장의 손길 등에서 말이다.

감독은 게다가 뻔한 삼각 관계 속에 빠진 여성과 여성이 관습적으로 갈등하는 모습 대신 사랑을 담보로 장난질치는 남성에 대해 시원하게 ‘한 방’을 먹이는 전향적인 여_여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패러다임까지 선물한다. 이 정도면 스타가 나오지 않는다고, 초반부 이야기가 좀 지루하다고 그냥 내치기에는 아까운 영화가 아닐까.

수준을 떠나 사랑 타령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분들에겐, 한국 영화 ‘미소’(감독 박경희)를 권한다. 터뷸러 비전(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점차 눈이 멀어져 가면서도 결코 한 순간도 징징대거나 삶을 원망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사진작가 소정(추상미 분)의 이야기. 흔치 않은 작가 의식이 단연 돋보이는 이 소품은 여로 모로 ‘싱글즈의 마이너 버전’이라 부르고 싶은 작품이다. 지탱하기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를 그저 내치지 않으려는 여주인공의 선택이 퍽 인상적인 문제작.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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