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월척이 승부를 좌우한다.2일 신세계전 6연패 사슬을 끊고 '만년꼴찌' 탈출의 시동을 건 금호생명의 선봉은 23점(3점슛 4개)을 맹폭, 친정을 초토화한 이언주였다. 11일 국민은행―신세계전에서 5.7초를 남기고 2점차로 바짝 쫓던 친정팀 신세계를 자유투 2개로 울린 것도 정선민이었다. 이언주와 정선민은 모두 FA 제도로 팀을 옮긴 이적생들.
올 시즌 첫 도입된 FA 제도가 각 팀의 물갈이 차원을 넘어 여자농구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금융그룹배 2004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1라운드 성적은 '3강 3약'으로 양분된 여자농구 판을 절대강자를 가늠할 수 없는 '춘추전국' 시대로 뒤바꿨다.
투자를 한 팀은 'FA 대박'을 터뜨렸고 손 놓고 불구경 한 팀은 'FA 악몽'에 시달렸다.
FA 덕에 활짝 웃은 팀은 단연 2000년 창단 후 7시즌 연속 최하위의 늪에 빠졌던 금호생명. 특급가드 김지윤(어시스트 1위)과 슈터 이언주(3점슛 1위)를 영입해 최강 가드엔진을 장착한 금호생명은 최다득점을 일구며 3승2패로 공동2위에 올라 일약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금호생명 김태일 감독이 "취약포지션의 전력이 보강돼 두려울 게 없다"고 말할 정도다.
FA 최대어 정선민을 낚아 골 밑을 보강한 국민은행도 고비 때마다 정선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지윤을 내보내 마땅한 가드가 없는 국민은행은 득점왕 정선민(평균 24.8점)이 볼 배급까지 도맡는 1인2역을 자처하고 있다. 여름리그 5위였던 국민은행은 겨울리그 1라운드에서 1점차 승리를 두 번이나 일구며 4승1패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삼성생명은 FA였던 국가대표 4총사 박정은 이미선 김계령 변연하를 잘 단속한 덕에 전력이탈을 막고 공동2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정선민 이언주 등 차, 포를 모두 떼준 '전통의 명가' 신세계는 동네북 신세가 돼 최하위(1승4패) 나락으로 떨어졌다. 신세계는 허윤자 장선형 등 프로5년차 콤비가 버티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사가 없어 당분간 FA 악몽에 시달릴 전망이다. 가드 박선영을 보강한 현대는 전주원의 갑작스러운 은퇴가 발목을 잡았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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