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는 대부업체 '굿머니'의 불법 정치자금 30억원 전달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증인으로 나온 굿머니 간부 김진희씨가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을 자금수수 당사자로 사실상 거론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김씨 증언 중 주목할 만한 내용 중 첫째는 굿머니가 2002년 11월말과 12월말 김영훈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금 20억원을 마련, 정치권에 전달했다는 것. 김씨는 당시 돈을 준비하고 배달한 상황까지 세세히 밝혀 신빙성을 높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후보단일화 전후로 노무현 캠프에 불법 대선자금이 전달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초기엔 이회창 후보, 나중엔 노 후보측에 확 쏠렸다"는 김씨의 말을 감안하면 여야 모두에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작년 2월 돈이 더 전해졌다"는 증언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굿머니는 금감원 조사로 코너에 몰렸던 시기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이는 당선 축하금으로 볼 수 있다. 사법처리의 여지가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민주당도 정치권의 비호 의혹을 부풀렸다. 조재환 의원은 "신 의원이 김 회장에게 금감원장을 소개 시켜 주지 않았느냐"고 캐물었고 김씨는 "김 회장 등 세 사람이 만났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구체적인 '물증' 부분에 대해 언급한 것도 시선을 모은다. 김씨는 김 회장이 정치권 압박용으로 만들었다는 보이스펜 녹음CD를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굿머니측에 '고맙다'고 말했다"는 조 의원의 주장도 이와 연관이 있다. CD가 실제 있고 공개된다면 파장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날 김씨의 진술로 모든 의혹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씨 자신이 질문자에 따라 답변을 흐리거나 번복해 신뢰성에 의문을 남겼다.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신 의원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고 신 의원을 안 시점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했다. 여당은 "모집책에 불과한 김씨가 정치권 로비까지 알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민주당도 김씨의 '전문(傳聞) 증거' 외에는 아직까지 물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30억원 전달 의혹을 밝히려면 우선 불출석한 굿머니 대표 안 모씨와 도피중인 김 회장 등에 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김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녹음CD를 확보하는 것도 필수다. 확실한 증언이 나온 만큼 이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많다.
당사자인 신계륜 의원은 이날 "통화 시기나 내용이 맞지 않다"며 펄쩍 뛰었다. 그는 "특별한 지위도 없는 김씨가 전언을 바탕으로 '하더라'고 얘기하고 진술도 오락가락한다"며 "조재환 의원도 형사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김 회장과는 평소 아는 사이로 한 두 번 통화도 했다"고 친분관계를 시인했다. 또 굿머니 후원금 수수 여부도 "이번 사건과 별개로 청문회 종결 후 밝히겠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 "굿머니" 어떤 회사
불법 대선자금 제공시비에 휘말린 굿머니는 지난해 초 인기탤런트 안모씨를 등장시킨 TV CF와 신문 전면광고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대부업체. 당시 굿머니는 "전국에 450개 지점을 설립하겠다"며 지점장 희망자들로부터 신원보증금 명목으로 5억원씩을 요구했다가 유사 수신 행위 논란이 일자 사업계획을 포기했다.
지난해 4월 정식 등록하기 전에는 대출희망자들을 상호저축은행에 연결해주는 '대출중개업'을 주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을 룸살롱 주인인 것처럼 위장해 저축은행으로부터 540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가 적발돼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굿머니의 실질대표인 김영훈(수배중)씨 등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 주부 등 여성 320여명에게 "대출용 명의를 빌려주면 사례비로 1,000만∼2,000만원을 주겠다"고 속인 뒤 이들 명의로 540억원을 대출 받았다.
12일 청문회 증인 김진희씨는 굿머니 소속은 아니나 대출신청자 모집 업무를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씨는 1973년 생으로 제과점 주인을 하다 사건이 터지기 2년 전쯤 친구 소개로 김 회장과 알게 됐다"면서 "분당의 명의대여자를 모집하는 사무실에서 일했고, 실장으로 불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명의대여자들에게 사기혐의로 고소돼 1심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씨는 "나와 언니 등 일가친척이 김회장에게 1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김 회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증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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