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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야기/에르메스

입력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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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종착지'에르메스의 이런 명성은 명품 중에서도 가장 고가라서 붙은 것이 아니다. 160여년 역사를 이어온 흐트러짐 없는 장인정신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 팡탱에는 엄선된 500여명 기술자들이 독특한 '새들 스티칭'(말안장에 쓰이던 박음질 기법)으로 에르메스 가죽 제품을 직접 만들고 있다. 전세계를 뒤져 찾은 최상의 악어·송아지 가죽 중에서도 참나무 껍질과 함께 구덩이에 넣고 8개월 이상 담금질 해 갈라지지 않는 가죽만이 에르메스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에르메스의 칼레슈(로고)에 진하게 묻어 있다. 마부 없이 탑승자가 직접 말을 끌게 돼 있는 고급 마차(루 뒤크)는 고객을 기다리는 에르메스를 형상화했다. 20세기 초반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자 에르메스는 단순한 마구상에서 스카프, 시계, 향수 등 토털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그 변화를 이끈 창립자 티에르 에르메스의 아들 에밀 모리스는 "우리는 단지 제품을 만들 뿐 그 제품의 생명력은 고객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며 에르메스의 정신을 설명했다.

에르메스를 얘기하면서 영화 '하이눈'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그레이스 켈리(사진)를 빼 놓을 수 없다. 이후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녀가 1956년 '라이프'지 표지에 에르메스 백을 들고 등장한 것. 이후 '켈리백'이라고 불린 그 백은 1,500만원이 넘지만, 당장 예약 해도 4∼5년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특별함의 상징이 되었다. 반면 또 다른 에르메스의 자랑 '버킨백'은 TV드라마 '위기의 남자'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변정수의 손에 들려 있었다.

/신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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