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요?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5만원이 넘는 접대는 하지 않는 것이 UPS의 오랜 영업철학입니다."세계적인 특송·화물 배송 업체인 UPS의 한국지사장 정명수(58·사진) 대표는 '윤리경영'의 전도사이다. 미 포춘지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톱 10'으로 5년 연속 선정한 UPS의 윤리경영 문화가 몸에 밴 정 대표는 일부 기업인들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잘못된 관행에 무척 놀랐다고 한다. 그는 "회사의 이익으로 잡혀 재투자가 돼야 할 막대한 자금이 친구 결혼식 축의금이나 석연치 않은 접대비로 나가는 일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며 "이러한 일들이 사라지면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더 많아지고,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실 비서도 따로 두지 않고 운전기사도 없는 정 대표는 전화도 직접 받고 커피도 스스로 타서 마신다.
UPS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우선 창립자 가족이 단 1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 주식의 50% 이상을 직원과 퇴직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피고용인(Employee)이라는 말도 없다. 사람(People)만 있을 뿐이다. 또 'MIP'(Management Incentive Program)를 도입, 이익을 10%의 관리자(Supervisor)급에게 반환하는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내 회사' 인데다가 이익이 생기면 내게로 돌아오는 만큼 직원들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임원들 가운데 창립자 가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투명경영을 하는 것도 고객의 신뢰를 받는 요인이다. 임원은 대부분 내부에서 승진한다. 중역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32년으로 이들 대부분이 소화물을 나르거나 분리하는 보잘 것 없는 일로 UPS와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창립자 및 역대 경영자들의 좌우명과 경영지침을 귀감으로 삼아 회사를 운영한다. 정 대표는 "UPS가 97년 동안 장수하고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처럼 사심 없고 투명한 문화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재벌 2세의 편법 경영승계, 기업들의 불법적인 선거자금 및 뇌물로 해마다 전쟁을 치르는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를 나와 일본 항공, LG그룹 국제영업 담당, 프라이엑스 영업 마케팅 상무 등을 거쳐 2000년부터 UPS코리아를 맡고 있는 정 대표는 "UPS는 매일 36만여개의 화물을 600여대의 비행기와 8만8,000여대의 차량으로 배송하고 있다"며 "앞으로 물건 뿐 아니라 정보와 금융이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물류혁명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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