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에서 남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하얏트호텔 후문쪽에 조그마한 레스토랑 하나가 나타난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라이브 클래식기타 소리에 취해 와인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단아한 인테리어, 저녁의 목가적 정취…. 누구나 꼭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유혹을 받는 곳, 비손(Pishon)이다.안데르센 동화 속의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의 비손이 광화문 도심 한복판으로 옮겨왔다.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 이마빌딩 지하 1층에 지난 해 문을 연 비손 광화문점은 이태원점과 같은 프렌치-아시안 레스토랑. 그 분위기에 그 음식 맛을 그대로 가져왔다.
지하에 있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허리에서 가슴 높이 만큼만 실내를 살짝 가리운 커튼은 벌써 ‘뭔가 있는’ 곳임을 예감케 한다. 우선 안에 들어가면 프랑스의 한 아담한 카페에 와 있는 듯 하다. 단 둘이 마주 앉는 2인용 테이블, 새하얀 테이블보와 꽃 장식, 가스등처럼 실내를 적시는 은은한 불빛은 마법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분위기 만일까?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눈과 입이 더욱 즐거워진다. 프랑스 플로방스식이라는 해물 파스타는 한국사람 입맛에 맞춘 것처럼 친근하다. 오징어와 새우 모시조개 홍합 연어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데다 토마토소스 국물이 상큼하면서도 얼큰하다. 실란트로 향은 시원한 맛까지 더해 주고 넉넉히 들어간 마늘 조각과 넘칠 듯 가득찬 국물을 들이키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좌르르 흘러 내린다. 그래서 전날 술 마신 인근 직장인들이 해장용으로도 많이 찾는다.
프랑스 수프의 대명사인 어니언 수프(양파 수프)를 시켜도 전혀 당혹스럽지 않다. 보통 느끼한 치즈 냄새와 짠 맛에 입맛을 버리기 일쑤인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쫄깃쫄깃 끊어지는 치즈와 부드럽게 씹히는 양파, 따뜻한 수프 맛은 프랑스적이면서도 한국적이다.
치커리 루콜라 라다치오 등 고급 특수 야채들, 모짜렐라 치즈 한 점과 토마토 한 조각까지 얹혀진 샐러드 또한 예사롭지 않다. 겨자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소고기 안심스테이크, 간장 소스가 들어간 일본식 스테이크 등 메인 메뉴도 다채롭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는 안주인 김인점씨는 “원래 비손은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강(江) 이름인데 ‘사랑이 넘친다’는 뜻”이라며 “넘쳐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한다. 오피스타운의 직장인들도 아늑하고 여유있는 비손의 강물에 빠져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래서 광화문점의 음식 값은 이태원점 보다 20% 싸다.
메뉴와 가격 파스타는 1만1,000원부터, 샐러드와 수프는 5,000원부터, 스테이크와 씨푸드등 메인요리는 1만5,000원부터. 특히 인근 직장인들을 위해 메뉴 대부분을 테이크아웃(Take out)용으로 포장해 준다. 포장 메뉴는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 보다 30% 정도 싸다.
영업시간 및 휴일 매일 밤 10시까지 와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오피스타운에 위치해 토, 일요일은 쉰다.
규모 및 주차 25석으로 아담하다. 2시간 무료 주차.
찾아가는 길 국세청 본청 앞 이마빌딩 지하1층.
위치 및 연락처 (02)730-0472, 이태원점 (02)790-0479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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