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잭 니컬슨(66)의 벗은 몸매는 충격적이다. 주름진 피부에 불쑥 튀어나온 배, 아무렇게나 빗은 머리…. 만약 이 영화가 나이 든 잭 니콜슨의 근육질 남성미를 활용하려 했다면, 환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젊은 관객에게는 일종의 재난 영화일 뻔했다.그러나 니콜슨이 누구인가. 지난해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섹스를 꿈꾼다”고 말했을 정도로 할리우드의 유명한 바람둥이가 아닌가. 그는 돈 많은 바람둥이 해리 역을 맡은 ‘사랑할 때…’에서 역시 여성들이 빠져들만한 그만의 매력을 맘껏 뽐냈다. 쭈글쭈글한 몸매가 아니라 느긋한 중년의 모습으로.
동년배의 여성 극작가 에리카(다이앤 키튼)와 사랑에 빠지게 된 해리. 그는 에리카와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자존심 때문에 “몹시 보고 싶다(I miss you)”는 말을 차마 보내지 못할 정도로 순수했다. 석양을 바라보면서는 중년의 이해심을 이야기할 정도로 원숙했고, 한 여성을 위해서는 자신의 자유와 이기심을 버릴 줄 아는 용기도 가졌다.
나이 들어 찾아온 사랑이 더 큰 상처를 남기는 법. 자기를 기다릴 줄 알았던 에리카 앞에 젊은 의사(키애누 리브스)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힘없이 뒤돌아서는 잭 니콜슨. 그의 뒷모습에서 관객은 감싸주고픈 한 중년 남자를 느낀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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