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카드부문의 부실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계열사인 삼성생명으로 하여금 유사시 삼성카드에 최대 5조원까지 현금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처방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카드시장 안정 차원에서 이 같은 방안을 '조건부'로 승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12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에 대한 시장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카드에 대한 신용공여한도(크레딧라인)를 2조∼5조원 규모로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협의중이다. 이는 당초 삼성생명이 3월말까지 삼성전자와 함께 1조원을 카드에 출자(유상증자 참여)하기로 한 것과는 별개로, 만약의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대출한도까지 늘려놓겠다는 포석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생명보험회사는 자기계열사에 신용공여를 할 수 있는 한도가 자기자본의 10%까지로 제한돼 있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으면 한도조항의 예외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현재 계열사 신용공여 한도는 약 8,000억원(자기자본의 10%)으로, 삼성카드에 대해서는 이미 카드채나 기업어음(CP) 매입 등으로 한도까지 꽉 찬 상태. 보험사의 자기계열사 출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삼성카드에 대한 추가증자 역시 여의치 않다. 따라서 삼성측은 금감위의 승인을 얻어 신용공여한도의 예외적용을 받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카드에 대한 시장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카드채 신규발행과 만기연장이 순조롭지 못한 상태"라며 "LG카드 사태와 같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중삼중의 안전판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카드시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삼성측의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용공여에 대한 '예외승인'을 해주는 대신 삼성측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을 받는 기업에 준하는' 강도 높은 자구대책을 요구하며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자구대책의 하나로 삼성카드의 대주주인 삼성전자 등이 카드부실의 책임을 지고 당초 약속한 금액(5,000억원) 외에 추가증자를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측이 정부 입맛에 맞는 자구대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보험계약자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카드지원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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