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가 꿈이던 대학생이 27살의 나이에 그 목표를 실현했다.너무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룬 것이 믿기지 않지만 현재의 성과에 못지않은 노력과 능력이 뒷받침했다. 국내 게임업계 2위 업체인 넥슨의 새 수장, 서원일대표의 성공담이다.
서 대표는 상속을 받았거나 대주주와 인척관계에 있는 '신입사원 사장'은 아니다. 2000년 대학 4학년 재학 중 넥슨에 입사했으니 벌써 5년차다. 직원 평균 연령이 26세, 근속년수 2∼3년 정도라는 점에 비추면 오히려 '고참' 축에 낀다. 해외 사업을 전담하면서 사운이 걸린 프로젝트들을 척척 해내 능력을 입증했다. 또래나 다름없는 부하 직원들이 그의 사장 취임을 문제 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서 대표는 요즘 글로벌화한 국내 기업 곳곳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해외파'다. 1983년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남미의 수리남으로 이주,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수리남은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탓에 화란어와 영어가 공용어다. 남미 문화권의 특성상 스페인어도 익혔다. 다국어에 능한데다 외국인 학교에서 전 세계에서 몰려온 친구들과 사귀면서 자연스레 '코스모폴리탄'이 됐다. 서 대표는 "어려서부터 국제적인 감각을 쌓은 것이 해외사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귀국 이듬해인 96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CEO 수업'을 시작했다. 넥슨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작은 IT벤처를 차리기도 했다.
외향적인 기질 탓에 동아리와 여행, 인턴활동 등에 시간을 쏟다 보니 공부는 열심히 못했다고. 1학년 여름방학때 인턴으로 일했던 넥슨과의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그의 국제적 감각과 성실함을 눈여겨 봤던 김정주·정상원 전사장에게 '눈도장'이 제대로 찍혔던 것이다.
아직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서 대표의 다음 목표는 35세전에 보스턴 마라톤에 완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일 3∼4㎞씩 러닝 연습을 하고 있다. 국내 게임들을 해외에 많이 소개해 우리나라를 명실 상부한 게임 강국으로 만드는 것도 장기적인 목표다. 그는 "모두 이루기 어려운 목표지만, 젊은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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